국도변을 달리던 승용차 안에서 갑자기 경보음이 울린다. 속도를 낮추며 커브길을 도니 경찰단속반이 이동식 과속카메라로 촬영하는 모습이 보인다. 승용차 운전석에는 국내서 불법부착물로 간주되는 스피드건(이동식 카메라) 감지기가 달려 있다.
최근 교통카메라 감지기의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고정식 카메라에 이어 스피드건을 이용한 기동단속까지 운전자에게 알려주고 있어 현행 도로교통법상의 단속규정과 정면충돌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시중에 30만대나 보급되며 히트상품으로 떠오른 교통카메라 감지기는 GPS를 이용해 전국 1000여곳의 과속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경보기능으로 운전자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경찰당국은 초기 교통카메라 감지기가 교통단속을 피하는 도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법률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어 사실상 묵인해왔다.
전자지도와 유사한 GPS제품의 특성상 도로교통법상 불법부착물인 ‘교통단속장비를 능동적으로 탐지하거나 무력화시키는 장치’로 간주하기 어렵다는 자체 판단 때문이다.
문제는 올들어 이동식 카메라의 레이저신호를 1∼2㎞ 밖에서 감지하는 신형 카메라 감지기(불법부착물)까지 시중에 대량 유통되는 데도 경찰측은 계속 어정쩡한 자세로 방관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따라 카메라감지기제조업계는 이미 실효성을 상실한 단속카메라 감지기에 대한 규제조항을 철폐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선진국인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차량에 장착하는 단속카메라 감지기를 모두 허용하는데 유독 국내서만 불법부착물로 규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백금정보통신과 라딕스는 연간 6000만달러 이상의 이동식 카메라 감지기를 미국, 일본에 수출하고 있으나 국내서는 도로교통법상 규제에 묶여 내수판매는 전무한 실정이다.
인텔링스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에서 단속카메라 감지기를 허용한 것은 운전자 스스로 위험지역에서 속도를 줄여 사고율이 감소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도 도로교통법령의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서울시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과속은 국내 교통사고 원인의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과속을 부추기는 카메라감지기를 어떻게 합법화할 수 있나”면서 반대의사를 밝혔다.
교통전문가들은 “경찰이 사고다발지역에 무인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단속이 아니라 사고예방이 목적인 만큼 이미 거대시장을 형성한 단속 카메라감지기에 대한 전향적인 법령개정이 필요하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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