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DB 품질평가와 인증

◆김우봉 한국데이터베이스학회장 wbkim@konkuk.ac.kr

 

 몇년 전까지만 해도 데이터베이스(DB)는 학술논문이나 기술정보 등을 검색하기 위해서 학교나 연구소같은 곳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더구나 DB를 이용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서 일반인들에게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이제는 일상의 생활정보에서부터 전문적인 정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그것도 대부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한국DB진흥센터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그 수는 2000여개에 이른다.

 한편으로는 유사한 DB들이 경쟁적으로 서비스되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자주 이용하는 분야라면 내용이 충실한 DB를 나름대로 한두개쯤은 알고 있겠지만, 별로 접해보지 못했거나 생소한 분야의 정보를 찾고자 할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먼저 원하는 분야에서 이용 가능한 DB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서비스되는 DB 중에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그런데 DB는 경험재적 특징을 갖고 있다. 즉, DB를 직접 이용해보기 전에는 그 품질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운좋게 처음 몇개의 DB 중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았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에서 서비스되는 DB 중에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DB가 상당수 존재한다. 따라서 이용자는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먼저 제대로 된 DB를 선별하는 데 상당시간을 소비하게 되고, 또 지급하는 비용에 비해 가치가 낮은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이같은 현상의 근본적인 원인은 품질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DB산업의 현실에 기인한다. 미국이나 일본 등 정보 선진국에서는 이미 기업 내부적으로 혹은 관련업계가 자발적으로 DB 품질관리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그 결과 LexisNexis, Dialog Information Service, STN International 등 세계적으로 브랜드화된 DB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은 정보통신 인프라 면에서는 한국에 뒤처졌음에도 불구하고 DB 품질을 바탕으로 산업 경쟁력은 훨씬 앞섰다. 예컨대 DB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2000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약 1800억원인 데 반해 일본은 한국의 16배인 약 2조9000억원, 미국은 147배인 약 26조5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국내 DB시장은 해외DB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특히 고급 전문정보로 갈수록 더욱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DB가 품질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극단적으로는 외국의 DB업체에 시장을 송두리째 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근 정보통신부가 DB산업 경쟁력 향상에 따른 DB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위한 개선책의 일환으로 DB 품질평가사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이는 지금까지 양적 확대 일변도의 DB산업 정책이 이제야 균형을 찾아가는 것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 않아 그 진행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 사업에서 구상하는대로 고품질을 추구하는 DB 운영·관리모델의 개발·보급, DB 품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확산, 품질평가모델의 개발 등에 힘쓴다면 국내 DB산업 발전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러한 품질평가가 DB사업자들에게 또 다른 규제나 경쟁의 제한적인 요소로 작용하지 않도록 균형된 정책의 수립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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