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의 ‘카르테’ 전시장.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카드 행사인 이 자리에서 삼성그룹의 삼총사 삼성전자·삼성SDS·에스원이 각각 독자 부스를 만들었다. 웨이퍼(칩)에서 소프트웨어, 시스템에 이르는 스마트카드 토털솔루션을 국내 기업이 선보인 사실상 최초의 장이었다.
삼성전자는 더 나아가 전세계 스마트카드 수요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유럽 이동통신(GSM)용 가입자인증모듈(SIM)카드 시장에서 5대 메이커를 선언하고 나섰다. 향후 고급형(32·64 급 메모리) SIM카드용 칩에 승부를 걸어 비메모리 분야의 대표상품으로 육성한다는 야심이었다.
스마트카드가 새시대를 상징하는 수종 품목으로 각광받고 있다.
비록 외형은 손톱만한 크기의 칩이지만 그 속에 내장된 CPU와 대용량 메모리는 사실상 소형 컴퓨터나 다름없다.
사람들에겐 지난 수십년간 익숙했던 전통적인 라이프스타일(마그네틱카드)을 지능형으로 변모시킬 매체. 금융·통신·의료·공공·민원·방송·교통 등 이미 각 분야에서 쓰임새를 넓혀가고 있는 것은 마그네틱카드의 취약한 보안성과 정보저장용량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덕분이다.
비자·마스타 등 세계적인 신용카드 브랜드들은 오래 전부터 스마트카드로 전면 대체하는 작업에 본격 착수했고 지난해말 현금카드 위변조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국내 금융권도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데이터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17억장에 불과했던 스마트카드는 오는 2006년에는 41억1600만장으로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일부 후진국을 제외하면 조만간 1인당 1장꼴로 스마트카드가 깔리는 셈이다.
카드와 단말기, 관련 시스템은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다종다양의 부가서비스를 감안하면 미래 스마트카드 시장규모는 가히 ‘예측불허’다.
특히 우리가 스마트카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국내업계가 축적한 기술력과 노하우가 해외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주요 선진국이 각별한 관심을 쏟는 대목은 우리나라가 비접촉식(RF) IC카드(교통카드) 대국이라는 점과 이동통신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카드 기반의 무선결제서비스를 상용화한 유일한 사례라는 것.
RF 교통카드는 2000만장 이상 보급되면서 최근에는 기술적으로 한층 진일보한 하이브리드·콤비카드로 발전하고 있다.
모바일 칩카드 기술에 관한 한 국내 업계와 표준화 논의를 주도하고 있을 정도다.
이를 뒷받침할 국내업계의 기술력도 돋보인다. 칩이나 발급시스템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이미 카드에서 단말기, 관련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국산화가 상당한 수준에 올랐다.
한국전자지불포럼 조영휴 사무국장은 “전자주민카드로 야기된 개인정보 침해논란과 늘상 거론되는 인프라 투자비용 문제 등 소모적인 논쟁에 더이상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면서 “민간의 자생적인 수요와 기술역량을 수출로 승화시킬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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