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DVD 컬렉터` 2인

 주 5일제 근무로 여가시간이 많아지면서 DVD타이틀을 찾는 이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DVD타이틀이 안겨주는 깨끗한 화질과 입체 음향의 맛 때문이다. 최광민 사이버텍홀딩스 마케팅팀장(34)과 염오준 다나와 웹마스터(28)는 가정이 아닌 사무실에서 DVD타이틀을 감상하는 마니아들이다. 그동안 모아온 수백장의 타이틀을 회사에 맡겨놓고 틈나는 대로 감상한다. 덕분에 다른 직원들도 홈시어터의 참맛을 즐기고 있다.

 최광민 팀장은 보안업계의 몇 안되는 DVD타이틀 컬렉터로 꼽힌다. 어린시절부터 한달에 3∼4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할 정도로 영화광이었던 그는 직장인이 되면서 DVD에 관심을 가졌으나 타이틀이 별로 없던 데다 홈시어터 값이 너무 비싸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2001년 회사가 직원 복지 차원에서 대회실에 홈시어터 시스템을 설치한 것이 계기가 돼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DVD타이틀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최 팀장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도내에서 타이틀을 구매하기 시작했고 1년여만에 250여장을 모았다. 당연히 소비 패턴이 DVD 타이틀 중심으로 재편됐다. 택시를 타고 다니던 것을 타이틀 구매생각에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된 것이다. 타이틀 구매 요령도 터득했다. 국내 DVD타이틀 시장이 중고와 물물교환을 중심으로 활성화됐다는 점을 파악하고 주로 인터넷의 중고사이트를 통해 구매해 비용을 절약하고 있다.

 최 팀장이 선호하는 타이틀은 고전영화. 존웨인이 주인공인 서부영화, 버트 랭카스터나 커크 더글러스가 출연하는 액션영화 등을 주로 모았다. DVD 오디오도 좋아하고 흥행에 실패했지만 작품성이 뛰어난 국산영화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최신작을 선호하는 직원들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취향대로 모을 예정이다.

 최 팀장이 현재 가장 애착을 느끼는 DVD타이틀은 미국 PBS 방송사가 1900년부터 100년동안 미국 재즈역사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재즈(JAZZ)’다. 물론 제일 고가다.

 DVD타이틀 컬렉터이면서 정작 집에는 DVD플레이어가 없는 최 팀장은 수집한 타이틀을 모두 회사에 비치하고 주말이나 야근시간에 짬짬이 직원들과 함께 영화 또는 실황공연을 관람한다.

 최 팀장은 “DVD타이틀 수집은 극장이나 시중에서 잘 볼 수 없는 자신만이 선호하는 영화를 맘껏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좋은 음질과 영상의 영화를 한편 시청한 이후에는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져 업무 효율도 높아진다”고 자랑한다.

 수집한 타이틀은 직원들에게 무료 대여도 한다. 처음에는 대여료를 받아 신규 타이틀 구매에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했으나 인심쓰는 셈치고 대가없이 빌려주고 있다. 최 팀장은 앞으로 집에 홈시어터를 설치해도 현재 수집한 타이틀은 직원들과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서 회사에 보관할 계획이다.

 염오준 다나와 웹마스터는 PC-DVD시스템을 구축하면서 DVD타이틀 감상에 빠져 들었다. 그가 병역을 마치고 복학하던 99년 DVD롬드라이브를 구입하고 훈테크사의 PC용 앰프와 스피커 2조를 구입해 직접 4채널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는 비록 시스템은 볼품없었지만 이때가 DVD에 대한 만족감이 가장 높았다고 회상한다. 그가 있던 곳이 지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PC-DVD만 해도 영화보는 재미를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염오준 주임은 대학 3학년 들어서 PC-DVD시스템을 포기하고 현재의 홈시어터 시스템을 구성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들었던 ‘미친 놈’소리는 대부분 이 시절에 들었단다.

 스피커는 국산 보급형의 대명사인 크리스사의 S500모델이며, 리시버는 인터넷 중고장터에서 구입한 인켈 셔우드 R-756G모델이다. 올초에는 게임기를 DVD로 사용하는 것이 불편해 LG전자의 C-954 DVD플레이어를 구입했다. 이밖에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기와 홈시어터용으로 조립한 미니 PC가 랙의 한칸을 차지하고 있다.

 그가 보유한 타이틀은 대략 200편이다. 절반 정도는 액션 블럭버스터이며 최근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타이틀을 구입하고 있다. 새로운 영화도 구입하지만 대부분은 그가 본 영화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작품을 선택한다. 한달에 10개 정도의 타이틀을 구입하고 있으며 각종 이벤트가 있을 때 한꺼번에 여러개씩 사들인다. 다음주에는 미래소년 코난 세트를 구입할 계획이다.

 그가 DVD를 감상하면서 느끼는 가장 아쉬운 점은 스크린이다. 현재 사용중인 TV는 회사소유. 36인치 HD급 와이드 TV와 100인치 정도의 프로젝터·스크린이 희망사항이지만 선뜻 투자하기가 꺼려진다.

 DVD타이틀에 대한 염 주임의 생각은 ‘영화를 즐기는 뛰어난 한가지 도구’로 요약된다.

 “DVD는 영화를 즐기는 여러가지 방법 중 장점이 많은 한가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상대적 우월감을 가진 일부 마니아들이 DVD만이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가장 우월한 도구라고 주장할 때 가장 아쉽습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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