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3억명의 중국이 문화콘텐츠 대륙풍에 들썩이고 있다.
홍콩, 마카오를 반환받으면서 단숨에 일본을 위협하는 경제강국으로 뛰어올랐고 나아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높은 경제성장률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이 ‘제4의 산업’인 문화콘텐츠에 눈을 뜨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문화콘텐츠 산업규모는 현재 수준만으로도 만리장성만큼의 ‘거대시장’이라 할 수 있다. IDC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시장조사기관의 통계치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문화콘텐츠 관련 시장규모는 지난 2001년을 기준으로 2581억위안(한화 38조원)에 이른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 규모의 2.7%를 점하고 있으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의 경우는 GDP의 5%까지 차지하며 산업비중을 가파르게 높여가고 있다.
지금과 같은 문화콘텐츠 돌풍이 앞으로 2년간 중국의 산업전반에 급속도로 전파·확산돼갈 경우 오는 2005년 중국의 문화콘텐츠 시장규모는 총 5500억위안(한화 약 83조원) 규모까지 수직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60∼70년대 대륙을 휩쓸었던 문화대혁명 직후부터 1차적 문화산업에 젖어 지난 2001년까지 30년 가량 축적해온 중국의 문화콘텐츠 산업규모가 이후 단 4년 동안의 성장규모에 못미칠 만큼 폭발적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교육개념과 방송원칙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는 중국에 있어 방송애니메이션은 전체 문화콘텐츠산업에 중심줄기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차원(D)영상이라는 한계를 띠면서 세계조류에는 약간 뒤처진 면이 있지만 실제 산업내용에서는 중요성이 적지 않다.
지난해말 현재 중국에서 총생산된 애니메이션은 방송용으로만 총 1만7300분짜리 규모에 달한다. 중국중앙방송(CCTV)을 중심으로 상하이미술영화제작소, 호남삼진 등 3기구가 주축이 돼 국내에서 생산되는 애니메이션 제작량의 총 87%를 만들어내고 있다.
차이 키화 CCTV 애니메이션프로덕션부문 부주임은 “청소년이 3억명이나 되는 중국에서 그들을 타깃으로 한 애니메이션방송은 핵심적인 편성프로그램”이라며 “현재 12개 방송국, 14개 채널에 앞으로 12개의 뉴스, 청소년프로그램이 더 증설될 예정인 것을 보면 애니메이션 비중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10월 5일 당중앙방송인 CCTV와 교육방송(CETV) 등을 통한 어린이 교양교육과 인성방송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정하고 매년 제작량을 30%씩 증가시켜 오는 2005년에는 연간 4만8000분의 애니메이션 제작물량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천명하기도 했다.
애니메이션과 함께 중국의 ‘문화현주소’를 조명하는 데 있어 온라인게임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전략상품이다.
우리나라의 경험과 마찬가지로 온라인게임의 폭발적 확산 뒤에는 인터넷의 힘이 뒷받침돼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중국의 인터넷사용자는 총 5910만명에 이른다. 인구대비 보급수준은 아직 저조하지만 절대사용자수에서는 압도적인 세계1위다. 이용자 규모만으로는 우리나라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러한 인터넷 이용인구가 올해말에는 지난해 대비 46% 가량 증가한 86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폭발적인 인터넷보급은 온라인게임 시장규모를 급속도로 확장시켜나갈 전망이다.
지난해말 현재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187.6%나 급증한 9억1000만위안(한화 1400억원)에 달했다. 지난 2001년말 397만5000명에 불과했던 온라인게임 이용자수는 지난해말 807만4000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정부와 게임업계는 오는 2006년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규모가 83억4000만위안으로 현재보다 8배 이상 커질 것이란 희망적인 예상을 내놓고 있다.
린다 우 엠이텔(M-etel)상하이 업무총감은 “중국 온라인게임 사용자는 전체 인터넷사용자의 30% 가량을 점하고 있으며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에선 41% 정도에 올라있다”며 “지난달말까지 중국 전체적으로는 90여개 온라인게임사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치열한 시장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가수의 잇따른 진출과 한류열풍으로 인해 중국 음반산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중국 음반시장 규모는 총 16억위안에 달했다. 광둥성에서 만들어지는 음반제품이 중국 전체에서 발행되는 정식 음반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상하이=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인터뷰-린다 우 엠이텔상하이 업무총감(CBO)
대만증시 상장업체의 중국현지법인 형태로 지난해 1월 설립된 온라인게임 전문업체 엠이텔상하이(http://www.pfamily.com.cn)의 린다 우 업무총감(CBO·사진)은 중국내 광대역 인터넷서비스의 빠른 보급과 함께 자사 온라인게임의 성공을 자신하고 있다.
“뿌리는 대만에 두고 있지만 게임작품은 한국에서 들여오고 시장공략은 중국에서 진행하는 3국 연합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천상비’와 ‘배틀마린’ 서비스를 통해 회원수 50만명, 유료회원수 12만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우 총감은 현재 중국정부가 한국의 경험을 모델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등 대도시 주택으로의 광대역망 보급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녀는 “광대역 인프라만 충분히 갖춰진다면 초기도입 게임에 대해선 무료서비스를 일정기간 진행하고 이후 점차 유료로 전환시키는 등의 과감한 투자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한국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모바일게임에 대해선 어느 정도 시장기반이 갖춰지기 전까지는 조심스런 행보를 펼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동전화 보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중국에서 휴대폰은 여전히 고가상품에 속합니다. 모바일게임의 주 사용자층을 10대에서 20대 초반으로 볼 때 그들에게 휴대폰은 선망의 대상일 뿐입니다. 삼성 등 한국 휴대폰메이커들이 단말기에 게임을 어느 수준의 게임상품을 번들로 기본탑재해 수출한다면 중국시장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겁니다.”
엠이텔은 현재 주력서비스중인 천상비, 배틀마린 이외에도 또 하나의 한국게임을 추가적으로 중국시장에 들여오기 위해 협력업체를 물색중이다.
*중국 문화콘텐츠산업의 그늘
중국은 문화콘텐츠뿐 아니라 모든 산업부문에서 거대인구를 바탕으로 세계최대의 시장규모를 자랑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문제점도 많이 안고 있다.
90년 개혁개방 이후 10년이 흘러가면서 외적인 모습과 산업형태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산업의 밑바탕을 이루는 사람의 생각’은 그 속도만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부문만 해도 덩치는 수년 전에 비해 몇 갑절이 커지고 해외교역량도 날이 다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그것을 대하는 사람들의 생각(마인드)과 그것의 지적가치를 존중하는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문화콘텐츠산업을 둘러싼 문제 중 거의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첫번째 손가락에 꼽는 것은 불법복제라는 난제다. 넓은 영토에다 많은 인구가 퍼져 살다보니 갖가지 기술과 요령이 등장하겠지만 최근 IT의 보급과 함께 소프트웨어(SW), 프로그램CD, 음반, 게임창작물 등의 ‘해적판’이 이미 서민생활뿐 아니라 기업용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뿌리내린 상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함께 중국정부는 강력한 불법복제 척결의지를 표명하면서 단속강도를 높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장에선 저가 해적판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세계 초일류도시로 성장한 상하이 난징루 중신프라자 3층에는 주변의 초고가 일류 브랜드점들의 간판에 걸맞게 초현대식 오디오, 영상물 체인점인 ‘마야오디오&비디오’가 성업중이다.
유독 이 매장 안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떤 음반, 비디오CD를 잡더라도 ‘정품’이라는 별도 딱지가 붙어있다는 점이다. 시장에 흘러넘치는 해적판과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첸타오 마야오디오&비디오 마케팅담당은 “일단은 상류소비층을 주대상으로 정품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정부나 시장의 변화흐름을 명확히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며 “대도시를 시작으로 정품 음반, VCD 유통률이 90%에 육박하는 등 인식변화는 확고한 추세”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애니메이션과 영화, 게임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지만 중국 자국내 기술축적도가 낮아 수공업이나 낮은 수준의 생산에 머물뿐 해외의존도가 극히 높다는 문제점이다. 현재 중국에서 방영되는 TV애니메이션의 80% 가량은 미국, 일본, 한국 등의 외국작품이 차지하고 있다. 영화산업도 최근 VCD플레이어의 급속한 보급 등으로 사양길을 걸으며 지난 91년 24억위안에 달하던 시장규모가 지난 99년엔 3분의 1 수준인 8억위안으로 격감하는 등 삭풍이 몰아치고 있다.
더구나 게임산업은 중국내 산업토대를 말하기도 힘들 정도로 출발부터 한국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의 진로가 위협받고는 있지만 미르의 전설, 베틀마린 등 중국내 대히트 온라인게임의 거의 전부가 한국에서 건너간 것을 봐도 이런 현상은 명확해진다.
이같은 문제점은 한국기업들에 위험요소인 동시에 기회요인이다. 외국으로부터의 의존도가 높은 문화콘텐츠 특성을 잘만 활용하면 한국 문화콘텐츠 정책당국이나 기업들에는 대국의 안방을 송두리째 획득할 수 있는 호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불법복제의 문제도 현지 협력업체의 정식 사업권, 중국정부와의 협력관계 등을 활용해 잘 풀어나간다면 향후 시장의 변화와 함께 더 큰 시장을 얻을 수 있는 방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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