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줄서기 강요 당하는 업계

◆e비즈니스부·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신청마감 전에는 가급적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제4차 업종별 B2B네트워크 지원사업’ 신청을 준비 중인 정보보안업계 컨소시엄의 ‘은둔생활’이 눈길을 끈다. 다른 업종의 경우 ‘어떻게 하면 외부에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과는 상반된 태도다.

 어차피 신청마감일은 12일로 코앞에 다가왔고 컨소시엄도 이미 만들어진 상태에서 굳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다수 정보보안업체가 그동안 산자부보다 정통부의 우산 아래서 ‘사업’을 해왔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어쩔 수 없이 알려지는 것이야 막을 수 없겠지만 굳이 나서서 정통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말자는 논리다.

 전통산업의 e전이(e트랜스포메이션)에 꼭 필요한 사업을 하자는데 왜 정부 부처의 눈치를 보려는 것일까. 이미 알려진 바지만 그동안 일부 IT기업은 사안에 따라 부처간 힘겨루기 속에서 어느 곳에 줄을 서야 하나 고민해오면서 사업을 벌여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지난해와 올해 정통부가 추진하는 프로젝트에 산자부 관련 업무를 주로 해온 A사가 지원신청을 했다가 보기좋게 떨어진 사례가 있다. 산자부 관련 업무가 중심이긴 하지만 국가 발전을 위한 순수한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고배를 마신 A사는 이제 정식 참여업체가 아니라 비공식적인 입장에서라도 그간의 경험과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로 지원하겠다고 한다.

 “산자부 눈치를 보는 기업이 왜 정통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느냐”는 비아냥 섞인 말까지 감수해가면서 말이다.

 이처럼 부처간 이해관계에 따라 사업참여도 거부당하는 일이 있는 만큼 정보보안업체의 태도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바야흐로 투명·융복합이 아우러지는 디지털경제시대다. 어느 한곳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한 IT기업이 나와야 하고 순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많은 것을 포용할 줄 아는 정부가 들어서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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