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선마저 붕괴된 코스닥시장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어디가 바닥인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스닥만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다는 게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벤처캐피털들은 더 이상 코스닥시장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 “코스닥시장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단언한다. 더 이상 코스닥시장에서 얻을 것도 없고 얻기도 힘들다는 불신감이 팽배한 상태다.
지난해 벤처캐피털들은 최악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2001년 2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던 TG벤처는 지난해 순손실이 745억원에 달했고,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도 2001년 132억원의 순이익에서 지난해 295억원의 적자로 전환했다. 코스닥지수가 추락하면서 투자기업의 코스닥등록을 통한 투자회수에 실패, 411억원의 감액손실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한국기술투자도 속사정은 마찬가지다. 구조조정투자사업인 미도파 투자지분 매각으로 150억원이 넘는 이익을 거둔 것을 감안하면 벤처투자에서는 큰 손실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더 큰 문제는 올해도 코스닥시장 침체와 IT산업 불황이 이어지면 벤처투자 부진 등의 악순환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는 코스닥시장의 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며 “코스닥시장이 살아나지 못하면 벤처투자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금이 필요한 벤처기업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벤처캐피털들에게 사업 계획서를 들고 찾아다니던 시절은 행복했다고까지 표현한다. 이제 아예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원받을 수 있는 가능성 자체가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은 당장의 운영비 마련을 위해 은행, 각종 저축은행은 물론 사채시장까지 기웃거리고 있지만 내세울 것이라고는 사람과 기술력밖에 없는 벤처기업이 돈을 구하기에는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
지금 벤처기업들은 ‘성장’의 코드가 아닌 ‘생존’의 코드를 놓고 고민중이다. 한 벤처기업 사장은 “이미 지난해초 사무실을, 연말에는 직원수를 각각 절반으로 줄였지만 다음달부터는 몇푼 안되는 직원들 월급도 주지 못할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벤처기업 지정제도가 실시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벤처기업수도 줄었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벤처기업으로 지정된 업체는 8778개사로 2001년보다 2614개사가 줄어들어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벤처기업수는 중소기업청이 벤처기업 확인업무를 시작한 98년 2042개사, 99년 4934개사, 2000년 8798개사, 2001년 1만1392개사로 매년 늘었지만 지난해 처음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넓은 의미의 벤처기업 감소는 더욱 심각하다. 요즘 창업을 하거나 창업을 생각하는 이들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벤처캐피털협회의 이부호 전무는 “코스닥이 뒷받침돼야만 기업들이 성장에 필요한 직접금융이 가능하게 된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진정한 뉴비즈니스는 가능하지 않다”고 말한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전문가 진단
◇곽성신 벤처캐피털협회장=코스닥이 없으면 신산업에 대한 기대도 없음을 공감해야 한다. 코스닥시장의 소유구조 개선 등을 통해 공급자 위주의 코스닥 구조를 시장 중심으로 변환해야 한다.
◇전일선 지식과창조벤처투자 사장=근본적인 요인은 코스닥시장의 수급 불균형이다. 공급은 수요를 초과한 지 이미 오래됐지만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줄고 있다. 구조적으로 시장 참여자를 늘리는 획기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정성인 인터베스트 사장=문제는 코스닥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어떤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든 코스닥위원회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논의를 다양하게 진행할 시점이다. 논의없이 대안도 나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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