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전부·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삼성전자가 인터넷쇼핑몰·할인점 등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가격정책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있다. 삼성은 지난해 인터넷쇼핑몰에 이어 올초 할인점에 공급하는 디지털 가전의 가격을 인상하려다가 결국 원점으로 다시 선회했다. 당시 삼성은 불합리한 거래 관행을 개선하고 적정가격을 받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직영점이나 대리점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납품 가격을 용납할 수 없을 뿐더러 설치 대행은 물론 판매 요원까지 업체가 부담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이유였다.
삼성전자는 누가 뭐래도 국내의 대표 기업이다. 좀 심하게 말해 코리아라는 브랜드는 낯설더라도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이미 세계 시장에서 나름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삼성은 사실 가격체계가 붕괴되는 것 이상으로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실추되는 것을 염려하고 있다. ‘삼성 제품은 헐값’이라는 이미지는 삼성 입장에서는 더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삼성은 지난해 소형가전을 하나로 묶은 ‘하우젠’이라는 브랜드를 선보였다. 개별 브랜드가 대세인 국내 기업에 통합(패밀리)브랜드 하우젠은 상당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하우젠을 앞세운 삼성은 경쟁 제품과 기능이나 품질면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인상했다. 고급 가전업체로 삼성전자의 이미지를 바꿔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최근 신유통 채널을 대상으로 강력한 가격 통제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풀이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가전업체는 두 가지 갈림길에 서 있다. 하나는 소니나 필립스 같은 고급 브랜드로 가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나 대만 업체와 같이 가격을 무기로 승부하는 방법이다. 물론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단 어느 기업이나 ‘브랜드 파워’만 있다면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를 선호할 것이다. 어차피 유통 채널은 시대나 정보기술 흐름에 따라 변화하겠지만 브랜드 만큼은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과연 삼성의 고급 브랜드화 전략이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지 동종업체는 물론 다른 유통업체도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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