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전부·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최근 만난 모 중견 휴대폰업체 사장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중국의 ODM 및 협력업체를 방문한 그는 현지 바이어들이 “어지간한 한국 휴대폰업체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서슴없이 지적하는 데 경악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 바이어가 ‘중국 휴대폰시장의 경쟁이 치열한데 로컬업체 중 몇 군데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냐고’고 질문을 던지더군요. TCL 등 3, 4개 업체가 경쟁력이 있어 보인다고 대답한 후 반대로 물었습니다. 한국 업체 중 중국시장에서 몇이나 살아남을 것 같냐구요. 그랬더니 손가락 두 개를 펴보이더라구요. 삼성과 LG를 제외한 나머지 업체는 디자인하우스 정도로 여기고 있더군요.”
국내 업체들이 중국의 휴대폰시장에 진출한 지 불과 1년여 만에 밑천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업체들에 휴대폰을 서로 달라고 애원하던 중국 업체들은 어느새 “가격을 내리라”고 호통치고 있고, 대만 업체들은 저가를 무기로 한국의 OEM시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중견·중소 휴대폰업체들은 총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이른다. 수익은 고작 5% 안팎이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연초부터 휴대폰 가격마저 급락하고 있다.
그사이 중국의 로컬업체들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다. 중국 신식산업부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TCL과 닝보버드가 지난해 600여만대를 판매, 새롭게 빅5에 진입했다. 조만간 해외시장마저 공략할 태세다. 휴대폰에 관한 한 “중국보다 2∼3년 앞섰다”고 장담한 한국 업체들도 “게임의 주도권은 이미 중국에 넘어갔다”는 분위기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 휴대폰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단돈 1원만 남아도 물건을 파는 중국 업체들은 한국의 파트너들을 더욱 조여올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휴대폰 개발 능력을 갖추면 매몰차게 한국 업체들을 팽개칠 게 불 보듯 뻔하다. 한국 휴대폰업계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이미 도처에 적이고 그들은 한국의 실족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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