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제작비는 30억선이 적정수준?

 ‘30억원 안팎의 코미디물’.

 한국영화의 흥행 성공률이 가장 높은 공식이다. 지난해부터 50억원 이상의 제작비를 쏟아부은 국산영화들이 줄줄이 참패하고 있는 가운데 손익분기점을 넘은 상당수의 흥행작이 제작비 20억∼30억원의 코미디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1월 이후 전국 관객 150만명 이상으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몽정기’ ‘색즉시공’ ‘품행제로’ ‘광복절 특사’ ‘동갑내기 과외하기’ 등 5편은 모두 코미디물이며 이 가운데 4편이 제작비 20억∼30억원의 ‘중저가’ 영화였다.

 최근 개봉 2주 만에 전국 210만명 관객을 돌파한 ‘동갑내기 과외하기’는 32억원 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 이미 손익분기점을 2배나 뛰어넘었으며 배급사인 CJ측의 예측대로 600만명 관객을 돌파한다면 이 영화 한편으로 무려 5배가 넘는 수익률을 얻게 된다.

 전국 400만명으로 이색돌풍을 일으킨 ‘색즉시공’ 역시 순제작비 22억원으로 투자대비 효과가 400% 이상이다. ‘몽정기’는 순제작비 단 17억원으로 전국 관객 250만명을 동원했으며 ‘품행제로’ 역시 제작비 25억원으로 전국 170만명 관객을 확보하면서 배급사 등이 짭짤한 재미를 봤다. 지난해 500만명 관객으로 최고 흥행기록을 거둔 ‘가문의 영광’은 마케팅비 포함, 38억원이 투입된 것에 비하면 상당한 수익을 안겨줬다. 배급사인 플레너스가 가져간 수익만도 70억원에 달한다.

 이에 반해 두 주연배우 캐스팅에만 7억원을 쏟아부은 화제작 ‘이중간첩’이나 총 50억원이 투입된 해양 액션영화 ‘블루’의 경우 당초 기대에 못미쳐 제작비도 못건질 판이다. 이에 앞서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나 ‘아유레디’ ‘예스터데이’ 등 제작비 50억∼100억원을 투입한 소위 블록버스터들이 흥행에 참패한 바 있다. 상반기 개봉예정인 지하철 블록버스터 ‘튜브’, 내년 설 개봉예정인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제작진도 대작이라는 타이틀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코미디 영화가 흥행의 주류를 이루는 것은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며 부담없는 영화를 즐기는 고정 관객층이 형성돼 있어 투자 리스크가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두고 영화업계에서는 앞으로 영화투자 방향이 지나치게 코미디 분야로 편중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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