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명공학업체들 감원 바람

증시침체, 불확실한 경제, 전쟁 가능성 등으로 새로운 의료기술 개발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과 기업들의 경계심이 고조되면서 미국 생명공학회사들이 잇따라 인건비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미 포스터시티에 본사를 둔 셀제너시스(Cell Genesys)는 최근 허리띠를 조라매기로 하고 16명을 해고한 데 이어 또 다른 10명을 전임시켰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전체 직원 330명 중 5% 정도의 감원효과를 거뒀다.

 셀제너시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맷 페퍼는 “군살빼기를 통해 예전보다 약간 야위어졌다”고 너스레를 떨며 “하지만 우리는 감원조치를 단행한 다른 회사와 달리 현금부족 위기에는 몰리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느 생명공학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아직 적자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 3년간 버틸 수 있는 현금과 프리먼에 있는 분사회사인 애브제닉스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덧붙이며 “하지만 현금유지를 위해 초기단계의 일부 연구개발 사업은 유보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셀제너시스만 그런 것이 아니다. 샌캘로스에서 발행되는 업계 소식지 바이오센추리에 따르면 미국 생명공학 상장회사 중 지난해 하반기에 해고를 단행한 기업이 78개사에 달했다. 지난달에도 베이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 실리콘밸리)의 5개 기업을 포함해 추가로 15개 상장사가 직원을 일부 해고조치했다.

 해고바람과 관련해 생명공학산업기구(BIO:Biotechnology Industry Organization)의 칼 펠드봄 회장은 “생명공학 회사들이 장기간의 주가폭락으로 오랜 시간과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 때문에 바이오산업 발전에도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연방정부의 적자 예산안과 이라크전 전망으로 야기된 경제의 불확실성이 3∼10년 앞을 내다봐야 하는 생명공학업체들에 자신감을 빼앗아가고 있는 점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현재 미 생명공학회사들은 베이지역이건 어디건 모두 다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일례로 그동안 생명공학산업의 풍향계 역할을 해 온 보스턴 인근에 소재한 밀레니엄제약도 지난달 전체 직원의 5%에 조금 못미치는 103명을 해고했다.

 또 메릴랜드에 있는 인간 게놈지도 작성업체 셀레라제노믹스 역시 지난해 하반기에 총 직원의 16% 정도를 감원했으며 일란제약도 지난해 8월 샌디에이고 직원 900명 이상을 퇴사시켰다.

 포스터시티 소재 어플라이드바이오시스템스의 마이크 헝커필러 사장은 “지난해 12월 대대적 감원조치에 나서 5200여명에 달했던 직원의 9%인 500여명을 해고했다”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생명공학산업 전문가들은 “현재는 생명공학계 분위기가 침울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들의 노령화로 의약수요가 늘고 있고 의료과학의 발전으로 신약개발이 가속화돼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고 지적했다.

 시카고 소재 인력조사회사인 챌린저그레이&크리스마스의 존 챌린저 최고경영자(CEO)도 “앞으로 10년내에 생명기술과 생명과학의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많은 데서도 알 수 있듯 아직 생명공학산업은 유망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한편 생명공학업계의 해고증가는 캘리포니아주 생명공학산업 육성을 위해 이 지역 주지사가 내놓은 발전안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장기적으로 캘리포니아가 생명공학에 투자해 훗날 경제가 회복됐을 때 우리가 위치를 선점해야 한다”며 “요즘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미래를 향한 전진은 계속돼야 한다”며 생명공학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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