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현물시세에 이어 고정거래시세까지 제조단가 이하로 하락하는 등 D램 가격이 바닥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또 가격급락이 주력제품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을 위주로 발생하면서 D램 제조업체들의 수익성 또한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난주 아시아현물시장에서 DDR 256Mb 제품의 가격은 심리적 지지선인 4달러선을 하향 돌파한 데 이어 금주 들어서는 DDR 128Mb 제품의 거래가격도 2달러 미만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11월초 8.80달러까지 급등했던 DDR 256Mb(32M×8 266㎒) SD램은 불과 3개월 만에 무려 60% 가량이 하락했다. 특히 올들어 현물시장이 열린 20여일 동안의 하락폭이 36%에 달해 가격하락률은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주 들어서는 DDR 128Mb(16M×8 266㎒) SD램의 현물가격도 평균가 기준으로 2달러를 하향 돌파하는 등 가격하락 추세는 DDR SD램 전제품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D램업체 매출의 80∼90% 가량을 차지하는 대형 브랜드PC 업체 대상의 고정거래가격도 보름 사이 1달러 가량이나 급락하는 등 메모리 비수기, IT 경기부진에 다른 PC수요 정체, 전쟁위기감 고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시장전망은 날로 어두워지고 있다.
메모리 전자상거래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가 집계한 DDR 256Mb의 1월 하순분 고정거래가격은 5.50∼6.00달러(평균가 5.75달러) 수준이었으나 최근 가격이 결정된 2월 상순분 가격은 최저 4.50달러 수준으로 급락했다. 국내 D램업체들의 경우 제품 포트폴리오에 따른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2월 상순분 고정거래가격은 4.80달러 수준으로 다소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 가격은 거의 모든 D램 제조업체들의 생산원가인 5달러 중반∼6달러 초반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인 데다 업계 최고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한 삼성전자의 4달러 중후반대에 근접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더욱이 본격적인 D램 비수기에 접어들어 최근의 가격하락 추이는 2분기까지 이어지는 것은 물론 DDR 256Mb의 가격이 3달러 미만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 반도체 불황 여파로 최근 2년간 적자를 기록한 세계 대부분의 D램 제조업체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매년 80억∼100억달러 가량을 수출하며 우리나라 전체 전자산업 수출액의 15% 가량을 차지해오던 D램 산업은 금액면에서 크게 감소해 전체 전자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하락하는 것은 물론 수출산업 전체의 분위기를 위축시키는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D램사업 적자를 논할 단계는 아니지만 만일 DDR 256Mb 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이 지금의 4달러 후반에서 3달러 초반이나 그 미만으로 하락한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다”며 “내부적인 판단으로는 2분기초까지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 상반기 시장전망은 비관적”이라고 말했다.
◇휴대폰=내수시장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확보한 제품력과 고급 브랜드 전략으로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메이저 이동전화단말기업체가 국내시장 위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실판매대수가 100만대를 밑돈데 이어 이번달에는 3월 보조금 부활 기대감으로 수요위축이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업계는 “설과 입학 등으로 연매출의 30% 이상을 판매하는 성수기인 1분기에 시장이 위축돼 타격이 클 것”이라며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으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내수시장 위축으로 자칫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고민이 크다.
수익성 하락도 우려된다. A사의 경우 내수모델의 단가는 40만원에 육박하지만 수출모델은 20만원 초반으로 내수판매 감소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국내에서 874만대를 판매해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4분기부터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3분기까지 월평균 75만대 가량을 공급했지만 4분기에는 60만대로 떨어졌다. 지난달에도 60여만대를 판매하는 등 올들어서도 좀처럼 규모를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어 올해 목표달성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내수시장 위축으로 단기적인 충격이 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내수 수요침체로 1분기 목표치인 1300만대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LG전자도 고민에 빠졌다. 올해 국내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해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지만 급격한 시장위축으로 시장점유율보다 판매대수 확보가 더 시급하게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1분기는 전통적인 성수기로 1년 매출의 30% 이상을 올리지만 올해는 시장 분위기가 좋지 못하다”며 “지난달 2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지만 판매대수는 32만대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특히 연초부터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는 LG전자는 내수시장 위축이 지속될 경우 수익적인 측면에서 부담을 안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권영수 부사장은 지난 5일 투자설명회(IR)에서 “올해는 마케팅에 치중해 당분간 영업이익률이 1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정부의 애매모호한 보조금 정책이 이동전화단말기 수요위축을 부추기고 있다”며 “시급히 보조금 정책을 확정짓고 cdma2000 1x EVDO 단말기에도 보조금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가전=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주요 가전업체들은 상반기 동안 매출 부진세가 해소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뾰족한 대응책을 못찾고 있다.
게다가 신세계이마트, 삼성홈플러스, 한국까르푸 등 주요 대형 할인점 가전매출도 1월에만 지난해 동기 대비 최대 50% 가까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부진을 보였다. 품목별로는 중소형 가전과 대형 백색가전이 50% 이상 매출이 줄었고 TV를 포함한 영상가전이 20% 가량 하락했다. 기대를 모았던 김치냉장고 및 에어컨 예약판매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하이마트, 전자랜드21 등 전자전문점과 LG전자, 삼성전자의 전속대리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관련 가전담당자들은 “지난해에 비해 안좋은 것이 사실”이라며 매출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30% 가량 매출이 떨어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특히 전자전문점들은 백화점, 할인점과 달리 전자제품만을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최근의 판매부진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가전 유통업계는 지난 1월중 최악의 매출부진을 기록한 데 이어 이대로라면 매출부진의 여파가 상반기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마케팅담당 박경준 상무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심리를 끌어내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지만 미국이 이라크전쟁문제를 오래 끌수록 내수 활성화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LG전자·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가전업체들은 소비자의 구매의욕을 자극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예년의 혼수가전행사도 보름에서 한달 가량 앞당기고 에어컨 무이자 예약판매 기간을 한달간 연장한다.
올해 한국시장에 진출한 중국최대의 가전회사 하이얼의 공세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하이얼코리아·해피라인과 함께 3월말까지 10개의 직영점을 갖추며 4월말까지 할인점·양판점과 제휴해 유통라인을 갖추면서 세컨드 가전을 집중 공략키로 했다. 가전유통업체들은 소비심리 위축에 따른 저가형 제품 선호 분위기 등을 고려할 때 적지않은 시장잠식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프리미엄 제품을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높일 계획이지만 고객의 구매의욕을 돋우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고심하고 있다.
한편 가전업계는 카드장기 할판 금지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말 금감원은 가전회사와 카드회사간에 공동으로 행해오던 카드 장기(10개월, 12개월) 할인판매를 못하도록 조치했다. 가전업체는 특히 대형 디지털TV 등 고가제품의 경우 장기할판 금지가 소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모 전자업체의 관계자는 “매달 300억∼400억원 규모의 카드할인 판매실적으로 보이고 있으나 이같은 조처로 인해 적지않은 손실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따라 최근 삼성·LG 등은 제휴카드사와 VIP카드제를 만들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할인판매제를 만드는 등 활로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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