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의 위기는 곧바로 세계 경제의 위기를 의미한다. 중국 경제가 이미 아시아를 넘어 세계 경제의 축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급증하는 등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각국 기업들로부터 가장 선호되는 투자국으로 떠올랐다. 세계 주요 정보기술(IT)기업들의 중국 진출도 줄을 잇고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일본과 유럽 각국 120여개 기업이 중국에 연구소를 세웠고 이는 5년 안에 2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같은 외국투자 증가가 중국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해 527억4000만달러에 달하는 등 날로 확대되는 FDI의 부작용이 커지고 있다. 전체 공산품목의 90%가 공급과잉 상태로 가전·PC·휴대폰 등은 물론 식품·의류분야에서까지 가격인하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공장출고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가격 및 기술경쟁력이 없거나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업·제품들이 도태됐다.
국영기업들의 타격은 더 심각하다. 합병·매각 과정에서 실업자가 대규모로 양산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회복지 등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출이 늘어나 재정적자 요인이 높아졌다.
문제는 중국 경제구조상에서 FDI가 줄어들 경우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외국자본 유입이 줄어들면 중국 경제는 5년 안에 디폴트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있다. 여기에다 과거 계획경제시대의 후유증인 국유기업과 금융부문의 부실화가 더해지고 있다.
세계 경제 전문가들은 현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금융개혁이라고 지적한다. 이는 정부 관료들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쉽게 추진할 수 없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대규모 금융시스템 붕괴위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각종 경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위기에 대비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실패였다.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은 늘어만 갔고 국유기업은 적자상태에서 은행 돈만 축내는 비효율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현재 중국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문제는 은행 자체의 비효율성보다는 은행과 정부간 관계의 성격에 의해 발생한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높이고 국유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등 외적 조건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올초 금융정책을 이끌어 가는 인민은행과 증권감독위원회·보험감독위원회 책임자들이 모두 바뀌었다. 개혁성향이 강한 인물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중국의 금융개혁 속도에 탄력이 붙을 것임을 예고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기능변화도 점쳐지고 있고 금융감독 기능 분리, 금리자율화 등의 논의가 보다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중국이 안고 있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몇몇 인사의 교체보다 전체 경제구조를 바꾸고 기업과 정부의 역할을 시장경제 시스템에 맞도록 재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아가 헌법개정 등을 통해 국가소유만이 아닌 다양한 소유체제의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과감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서 중국은 이른 시일안에 붕괴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흔들리는 조짐은 엿보인다. 중국을 떠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고 중국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기업도 볼 수 있게 됐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일부 기업 사이에 제기되고 있지만 중국의 붕괴가 가져올 수 있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경제 전문가들도 성장일변도를 달려온 중국 경제의 ‘그늘’을 인정하고 중국발 경제위기에 대비할 것을 각국 정부와 기업들에 촉구하고 있다. 구태(舊態)를 그대로 껴안고 가는 중국 경제가 마냥 ‘푸르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중국 경제위기가 세계 각국에 단순히 ‘강건너 불’이 아닌, ‘발등에 불’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한다. 각국이 얼마나 신속하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국가별 피해규모는 천양지차가 될 것이 분명하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사진설명 : 침체일로에 빠진 세계 경제와 달리 중국 경제는 호조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금융시스템 붕괴로 인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그늘’을 지적하면서 각국 정부 및 기업들에 중국발 경제위기에 대비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중국 경제의 실험장이자 수출의 전진기지인 선전 경제특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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