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거스너와 IBM 부활의 신화/더그 가 지음/김원호 옮김/ 시아출판사 펴냄
루 거스너, 그는 통찰력을 갖춘 탁월한 경영자인가, 독선적이고 냉철한 정리해고 기술자인가.
1993년, ‘IBM은 이제 끝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3년간 누적적자로 인해 벼랑 끝에 내몰린 IBM 경영진은 절망적인 상황을 반전시켜줄 새로운 CEO 찾기에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실패할 게 뻔해 보이는 그 자리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등장한 사람이 바로 루 거스너였다.
거스너는 IBM을 살리기 위해 인재들에게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수를 제안하며 붙들어 놓기 위해 노력하는 반면 기존의 구태의연한 임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갔다.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수많은 노동자들을 정리해고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IBM은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가는 데 성공했다. 거스너취임후 10년이 흐른 지금 세상은 IBM의 부활을 인정하고 있다. 10년전만 하더라도 160억달러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떠안아야했던 IBM이 이제는 현금이 넘쳐나고 있다.
이 책은 IBM 부활의 주인공인 루 거스너가 기업인으로서 성장해 온 과정과 함께 그가 IBM의 CEO로 임명되기까지 어떤 물밑작업들이 치열하게 전개됐는지와 ‘거스너의 IBM’이라 불리기까지 그가 보여 준 독특한 행보들에 대해 긍정적·부정적 평가 모두를 객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기업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전으로 기록될 IBM과 그 기적을 이뤄낸 사람에 대한 객관적인 보고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의 장점은 성공 스토리를 주인공의 시각에서 주관적으로 기술한 것이 아니라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IBM 관련 인사 150여명과의 인터뷰 및 수백가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저술함으로써 IBM이 최첨단 정보기술 기업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상황을 사실적이면서도 객관적으로 기술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더그 가(Doug Garr)는 오랜 기간동안 IBM의 최고 경영진을 위한 연설문 작성을 책임지던 인물로 현재는 ‘뉴욕’ ‘비즈니스 위크’ ‘파퓰러 사이언스’ 등 유명 잡지에 첨단 기술업계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더그 가는 이 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아가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IBM의 기업문화와 함께 IBM을 이끄는 거스너의 인생철학과 경영방식 및 비전 등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해부해 보여준다. 단순히 찬양 일변도라기보다는 비판할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비판했다.
이를 통해 그는 일종의 ‘사형선고’를 받은 IBM을 살려낸 루 거스너가 과연 성공적인 기업인의 대명사라는 평가를 받을 만한지, 아니면 무자비한 정리해고를 통해 자신의 소톡옵션만을 챙긴 독선적인 사람인지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기한다.
‘IBM의 부활을 선포하다’를 시작으로 ‘루 거스너의 사람들’ ‘루 거스너의 IBM’ 등 총 5장으로 구성된 이 책을 통해 IBM 부활 신화의 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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