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스마트카드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휴대폰결제서비스

 ‘디지털경제시대의 산업간 융합(컨버전스)이냐, 영역 침범이냐.’

 이동통신회사들이 주도했던 스마트카드 프로젝트는 올 한해 금융·통신시장을 한바탕 뒤흔들었던 최대의 관심사였다. 통신회사들이 스마트카드사업을 주도하면서 금융권이 들러리를 서는 꼴 아니냐는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통신사업자들은 다소 높은 수준의 가맹점 수수료 분담(페이백)을 요구한 반면, 정작 발급주체인 카드사들은 제휴카드 입찰 참여업체로 전락한 분위기 탓이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현상진단일뿐, 내면에는 새로운 통신·금융 융합 비즈니스를 창출하려는 통신사업자들의 구상과 기존 시장에 안주하려는 금융기관간의 마찰이 짙게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통신회사들이 견인한 스마트카드 프로젝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민간부문 최대의 IC카드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지난해 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가 플라스틱카드 형태의 과도적인 서비스로 불을 지폈다면, 최근에는 한층 진일보한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로 발전하고 있다.

 3사와 함께 하반기에는 KT도 스마트카드 대열에 가세했다. 현재로선 신용카드사들의 투자위축 분위기가 뚜렷한 가운데 통신업계가 내년도 IC카드시장의 가장 큰 투자재원으로 확실해 보인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통신시장을 둘러싼 IC카드 주도권 경쟁이 가일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또 하나, 이동통신 3사가 채택한 IC카드사업의 기술추세와 목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3사의 구상은 기존 자기띠 방식의 플라스틱 신용카드를 휴대폰으로 대체한다는 것. 가맹점 거래건당 일정 비율의 수수료 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기대였다.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는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를 도입, 무선 전자상거래나 일반 가맹점에서 신용카드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일반 가맹점의 경우 적외선(IR)·고주파(RF) 방식의 무선통신으로 플라스틱카드를 대지 않고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원리다. 세계에서도 최초의 사례로 주목받는 휴대폰 내장형 칩카드 서비스는 그러나 아직 기술적으로는 미완의 단계. 차세대 스마트카드 기반 금용서비스 규격인 ‘EMV’를 완벽하게 수용할 수 없어서다. 이와 함께 휴대폰이라는 매체는 현재 주종을 이루는 플라스틱 카드와는 물리적인 규격 자체가 달라 자칫하면 매체간의 다툼으로 번질 소지도 있다. 플라스틱카드에 의존하는 카드사들이 휴대폰 칩카드 서비스를 꺼리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우려스런 대목은 이통사들이 휴대폰 칩카드 서비스로 수익을 낼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신용카드사와의 제휴협상 조건으로는 거래건당 일정 수수료를 받기는 커녕, 오히려 단말기 인프라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칩카드 서비스가 새로운 신규시장을 창출하지 못하면 이동통신회사들의 적극적인 의지도 퇴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통신회사들이 유럽권이동통신(GSM) 환경에서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는 사용자인증모듈(SIM, UIM, USIM)과는 무관하게 칩카드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맹점이다.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UIM·USIM은 각각 2·3세대 CDMA 환경에 필요한 통신용 IC카드 규격이다. 텃밭인 통신영역의 IC카드에는 무심한 반면 금융용 칩카드 사업에만 관심을 쏟는 통신업계에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3세대 서비스를 겨냥해 내년 하반기께야 USIM카드를 시범적으로 도입, 운영할 전망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통신업계의 IC카드 전략

 ◇SK텔레콤=SK텔레콤은 휴대폰을 멀티미디어·복합기능 단말기로 발전시킨다는 전략아래 다양한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기술로 IC카드를 채택했다. 특히 모바일(m)커머스 기능 구현이 초점이다. SK텔레콤은 첫번째 사업으로 올 중순께 신용카드·전자화폐 등의 결제기능을 탑재한 휴대폰 삽입형 IC카드 서비스 ‘모네타카드’를 선보였다. 플라스틱카드 형태를 띤 이 카드는 현재 5개 신용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신용카드·전자화폐·로열티·교통카드 기능을 구현하고 있으며, 향후 ID카드·의료·은행거래·증권거래 용도로 확장될 예정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최근에는 휴대폰에 직접 내장하는 칩카드 서비스(모네타)를 출시했다. 기능상 모네타카드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IR·RF 통신방식을 통해 휴대폰으로 가맹점에서 직접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 조만간 교통카드 용도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우선 모토로라로부터 모네타 전용 휴대폰을 도입한 뒤, 이달중 삼성전자 1개 모델로 확대하고 내년에는 10여개 모델로 늘리기로 했다. 이번에 출시하는 모토로라·삼성전자의 모네타폰은 각각 cdma2000 1x EVDO 단말기로, 위성측위시스템(GPS) 기능을 구현하는 등 확장성이 뛰어나다. 또 서비스 초기부터 휴대폰 결제가 가능하도록 가맹점에 IR수신장치를 확대보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SK텔레콤은 내년까지 모네타사업의 안정적인 기반을 다진 뒤 중국·동남아 등지로 솔루션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비자인터내셔널과 기술협력 제휴를 맺고 국제 표준화에도 전력하고 있다.

 ◇KTF=KTF는 지난 2000년 1월부터 적외선(IR)과 고주파(RF) 방식의 신용결제 휴대폰 개발에 착수, 지난 6월 첫 상용화의 테이프를 끊었다. ‘k머스’폰이 그 성과물이다. 당시로선 RF와 ‘줍’ 방식의 IR 결제가 가능했던 k머스폰은 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1월에는 IC카드 내장형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IR·RF 기반의 무선결제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이번에 선보인 k머스 2차 서비스는 IR와 RF를 동시에 지원하면서 당장 교통카드 용도로도 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수도권지역 버스와 지하철 1∼8호선 구간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k머스 폰은 IC칩에 은행 계좌정보를 수록, 자동화기기(CD/ATM)에서 현금거래에도 활용할 수 있다. RF방식은 이미 마스타카드인터내셔널의 상용화 승인을 받은 상태이며, 비자와는 표준화 협의를 진행중이다. 성공적인 사업 안착화를 위해 KTF는 우선 LG카드부터 발급을 시작한 뒤, 연내 BC·국민 등 타 카드사들로 발급선을 늘릴 계획이다. 또한 현재 2000여개 유통가맹점에 단말기 인프라를 보급한 데 이어 연내 2만개 가맹점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다.

 KTF는 휴대폰 칩카드 서비스를 향후 국제로밍·증권거래·신분확인·전자화폐·로열티 기능 등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내년부터 출시하는 주요 휴대폰 모델은 k머스 결제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해 이용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 KT그룹 차원에서 추진중인 스마트카드사업과도 연계하기로 했다.

 ◇LG텔레콤=LG텔레콤은 휴대폰 지불결제사업에서 사실 가장 발빠른 대응을 해왔다. 이미 지난 2000년 국민카드와 제휴를 맺고 RF안테나를 휴대폰에 내장한 교통카드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그동안 다소 공백기를 맞았던 LG텔레콤은 최근들어 SK텔레콤과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칩카드 기반의 휴대폰 결제서비스에 힘을 쏟고 있다. 사실상 내년부터가 LG텔레콤의 칩카드 서비스 원년이 되는 셈이다.

 LG텔레콤은 IC칩 기반 결제서비스를 위해 현재 주요 카드사들과 발급협상을 진행중이다. 또한 가맹점 단말기 인프라에 대한 중복투자를 최대한 막기 위해 SK텔레콤·KTF와는 기술규격 표준화 논의를 벌이고 있다. 이미 지난 9월 SK텔레콤과 제휴를 맺고 IC카드 기반의 휴대폰 지불결제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으며, 이에 따른 기술·비용을 공유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LG텔레콤은 SK텔레콤이 개발한 휴대폰 지불결제기술을 우선 채택하고, 양사가 구축하는 가맹점을 함께 이용하는 한편 공동 마케팅도 병행할 계획이다.

 LG텔레콤은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동안 경쟁구도 일색의 시장 분위기를 협력관계로 변화시키는 계기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LG텔레콤은 신용카드·교통카드·로열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탑재할 수 있는 IC카드 내장형 휴대폰을 내년 3월중 첫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내년에 출시할 휴대폰 가운데 80만대 가량에 칩카드를 기본 탑재하는 IC카드서비스를 목표로 삼고 있다.

 ◇KT=KT는 국내 최대 기간통신사업자라는 지위에 걸맞게 ‘매머드’급 IC카드사업을 추진중이다. KT는 지난 11월 카드·은행·VAN·전자화폐 등 관련업계 28개 협력사가 공동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KT카드’사업을 공식 선언했다. KT는 유무선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포털, 비즈메카 등 다양한 서비스를 묶는 기반으로 IC카드사업을 구상중이다. 이를 위해 500만명의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스마트카드관리시스템(SCMS)과 관련 인프라를 연내 구축하기로 했다. 당장 내년에만 성인 350만명, 청소년 150만명 등 총 500만장의 IC카드를 발급할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06년까지는 성인 2000만장, 청소년 1000만장 등 최대 3000만장 규모로 발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조기에 사업을 안착시키기 위해 카드 발급과 연계, 가맹점 단말기 보급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 내년에는 온라인 고객을 대상으로 PC용 간이단말기 300만대를 배포하는 한편, 20만개의 일반 유통가맹점에도 IC카드 단말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KT카드는 신용카드·교통카드·전자화폐·전자서명·티켓구매·로열티·통신카드 등 다양한 활용도로 설계된다. 이를 위해 접촉식 칩과 RF칩을 동시에 구현한 콤비카드와 하이브리드형 카드를 발급하고, 칩의 메모리 용량도 최대 64 급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KT카드 컨소시엄에는 KTF를 비롯, 국민·BC·LG 등 3개 카드사, 18개 시중은행, KSNET·한국신용카드결제 등 2개 VAN사, 금융결제원·몬덱스코리아 등 전자화폐 2개사가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