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성반도체 개발 길 열렸다

 전자의 자기적 방향인 ‘스핀(spin)’을 상온에서 정렬하는 기술이 개발돼 꿈의 반도체라 불리는 자성반도체 개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동국대 양자기능반도체연구센터(센터장 강태원)는 상온(30도)에서 자성반도체 박막 위에 양자점을 형성하고 한 방향으로만 전자의 스핀을 정렬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21세기 차세대연구분야인 자성반도체 분야에서 상온에서 최초로 전하와 스핀을 동시에 제어하는 양자화된 상태를 구현한 것으로 기존 반도체에 비해 집적도가 높은 반도체소자 개발에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성반도체는 내부의 자성원자(전이금속)로 인해 자성과 반도체적 성질을 동시에 띠고 있는 것으로 전이금속이 반도체와 결합시 전이금속의 용해도가 낮기 때문에 그동안 극저온(영하 160도)에서만 자성을 유지할 수 있어 개발에 걸림돌이 돼왔다.

 그러나 연구팀은 반도체 박막형성법의 일종인 분자선 에피탁시법을 이용, 초고진공 상태에서 양자점을 형성하고 전이금속과 반도체와의 결합시 결정성이 깨지는 것을 방지해 이미 보고된 수치의 3배 이상의 고농도 전이금속 함유가 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기존 반도체 소자는 전하수송체인 전자와 홀이 운반하는 전하의 전기적 성질만을 이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자와 홀이 지니고 있는 전하뿐만 아니라 자기적 성질인 ‘스핀’을 이용한 새로운 소자들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스핀과 전하를 함께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상온에서도 양자정보처리기술이 가능해지고 기존 메모리분야에 이용할 경우 전원이 꺼져도 저장된 정보가 지워지지 않고 현재 메모리반도체(D램)보다 집적도가 1000배 이상 뛰어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강태원 교수는 “세계 반도체 메이커들은 자성메모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상온에서 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늦춰져왔다”며 “이번 연구개발로 상온 이상에서 자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자성반도체의 실용화가 2∼3년 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반도체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가장 저명한 학술대회인 ‘MBE 콘퍼런스’에서 발표됐고 세계적인 권위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 12월호에 게재될 예정이다. 또 이 기술과 관련해 국내외 특허 1건이 출원됐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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