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청소년의 性을 읽다/손승영 외 지음/지식마당 펴냄
일찍이 러시코프는 우리 아이들의 문화속에 인류의 밝은 미래가 있다고 확신하면서 ‘다가올 시대의 적응 전략을 찾는 사람이라면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을 보라’고 설파한 바 있다.
청소년의 문화를 보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하던 문화의 붕괴에 따른 수많은 불확실성과 불안이 해소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현재의 불안과 미래를 읽어낼 수 있는 확실한 실마리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러시코프의 이같은 낙관적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청소년의 현재 모습에서 인류의 밝은 미래를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손승영 외 5인이 공동 집필한 ‘오늘, 청소년의 성을 읽다’는 청소년의 입장에 서서 때로는 심층 인터뷰로, 때로는 참여관찰을 통해 그들의 성을 정리하고 분석한 현장보고서다. 저자들은 기성세대와는 차별되는 청소년만의 새로운 성문화를 다면적이면서도 심층적으로 그려내고 있으며 가능한 한 청소년의 시각에서 이를 이해하고자 시도한다.
이 책에서는 소비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청소년의 성적표현 및 경험방식의 변화, 청소년의 성의식, 성고민, 성산업에 종사하는 10대 청소년의 유입경로와 성매매 실태, 청소년 성사회화의 주요 수단으로 부상한 사이버공간과 새로운 성문화, 성기 중심의 성교육 내용에 대한 비판과 여성주의적 시각에 따른 새로운 성교육의 가능성, 청소년 성폭력 실태와 법적·제도적 문제점 등 청소년 성과 관련한 주요 이슈와 쟁점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있다.
동시에 청소년 친화적이면서도 실현 가능한 대안들이 타진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성과 관련해 청소년이 가지고 있는 행동양식, 사고방식, 심미적 취향, 말투, 의상 등을 청소년 성문화라고 부른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를 보는 일반인의 시각은 미숙한 문화, 비행문화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었다. 부모와 같은 ‘어른의 시각’에서 청소년은 언제나 자라는 과정에 있는 존재였으며 따라서 이들의 문화는 미숙한 문화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다.
또한 이 시각에서 보면 청소년문화, 특히 성문화는 언제나 비행문화로 흐를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는 청소년들이 공부나 일보다는 놀기를 좋아하고 성인만화, 음란비디오, 술, 담배, 심지어 성적문란과 환각제에 이르기까지 어른 몰래 나쁜 짓 하기를 즐긴다는 어른들의 편견이 은연중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 성문화를 지나치게 비행문화나 미숙한 문화로 보고 이들의 행동을 ‘정상’과 ‘일탈’의 이분법적 가치체계로써 재단하는 것은 더이상 복잡성과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의 사회와 청소년 성문화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기성세대가 원하든, 원치 않든 오늘날의 청소년은 한편으로는 기존 문화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 나름의 독특한 성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제 다수의 청소년이 일상에서 성과 관련해 느끼는 감정·고민·경험 등은 외면한 채 일부의 무분별한 성행위만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는 미디어의 행태나 이를 간단하게 비행문화 혹은 미숙한 문화로 폄하하는 어른들의 태도는 청소년의 공감을 얻기도, 동의를 구하기도 어렵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과 고민에서 출발하고 있다. ‘오늘, 청소년의 성을 읽다’를 통해 독자들은 이성친구·음란사이트·성경험·남녀평등 등에 대한 청소년의 솔직한 생각들을 가감없이 접할 수 있으며 역동적으로 변해가는 청소년 성문화의 현주소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교사·어른이라는 서열의식에서 벗어나 유익한 조언자 또는 편안한 친구의 입장에서 청소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좋은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김종길 덕성여대 교수 way21@duk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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