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에서 20인치, 21인치 소형 브라운관TV가 많은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대당 수익률은 거꾸로 적자를 기록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이 판매 중인 소형 브라운관TV는 20만원 안팎의 저렴한 가격에 축구공 모양 등 재미있는 디자인을 앞세워 학생층을 위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일부 제조업체는 전체 TV 판매량의 50%에 육박할 정도로 21인치 이하 브라운관TV 판매는 꾸준하다.
하이마트의 경우 월평균 TV 판매량 4만여대 가운데 소형 브라운관TV가 1만5000∼1만7000여대 가량을 차지해 약 35%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하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전체 품목을 통틀어 판매순위 5위권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러나 소형 브라운관TV는 판매량은 많지만 가격이 20만원 남짓이어서 매출액 규모로 환산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할인점 등에 저가로 공급하면서 마진이 적거나 심지어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제조업체에는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형 브라운관TV 제조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이 품목은 매출을 생각하기에 앞서 판매대수가 워낙 많아 판매량 증가와 함께 전체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늘어난다. 또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유사부품 구입 시 바잉파워를 내세운 구매단가 조절도 가능하다. 제조업체들이 낮은 마진을 보면서도 해외 OEM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또다른 이유는 기업의 윤리 및 도덕성과도 연계된다. 첨단제품과 수익성 높은 제품만 생산·판매한다는 비난을 의식한 도의적인 측면 때문이다. 자칫 대기업에서 수익만 위해 사업을 벌인다는 윤리적인 비판을 받을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대상이 됐다는 얘기다.
모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이 점유율과 수익성만으로 제품 생산을 중단한다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측면에서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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