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에너지 업계의 홈네트워크 표준 단일화는 일본은 물론 세계 관련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가전시장에서 자국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일본 업계의 표준 단일화로 세계 가전업계의 표준 마련 움직임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표준싸움은 결국 시장쟁탈전으로 이어져 표준 선점이 곧 시장을 선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 일본의 홈네트워크 표준 통합은 가전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불러일으켜 신규 시장을 여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배경=일본 가전업계 입장에서 표준 단일화는 현재 가전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차세대 정보가전 분야까지 이어가기 위한 방편인 동시에 ‘생존의 몸부림’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시장’격인 미국의 급격한 소비위축과 전반적인 세계 경기후퇴 등으로 디지털TV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수요부진으로 인한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세계 가전업계가 기댈 수 있는 분야가 현재로선 네트워크화한 가전 분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업계가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들어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미국·중국 등이 홈네트워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도 기인한다. 일본 업계에는 오는 2005년 50억달러로 추산되는 세계 홈네트워크 시장을 뺏길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일본에서는 홈네트워크의 한 분야인 전력선통신(PLC)과 관련해 미국 애실론의 입김이 강해지자 애실론 제품 반대운동을 공공연하게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최근 일본 전력회사 사이에서 저압 PLC를 이용한 네트워크 사업화 움직임이 활기를 띠고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한 가전·에너지·통신 등 이업종간 연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이번 표준 단일화는 신규 가전시장도 창출하고 경쟁력을 유지해 외국 업계의 입김도 막아보자는 ‘두마리 토끼 쫓기’로 비유될 수 있다.
◇과정=이번 홈네트워크 표준 통합은 일본내 100여개 가전 및 에너지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는 산업표준화 단체 에코넷 컨소시엄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에코넷에는 도시바·마쓰시타전기산업·도쿄전력과 함께 도시바·도쿄전력·샤프·히타치·미쓰비시전기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NTT·간사이전력·NEC·산요·소니 등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 에코넷은 당초 PLC를 이용해 에너지를 통제하고 보안·홈 헬스케어 등을 전개할 목적으로 구성됐으나 최근 일본 가전업계에서 홈네트워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 분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일본 가전업계는 새로운 수요가 일어날 수 있는 얼마 안되는 분야로 홈네트워크를 꼽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전업체의 행보는 제각각이었다. 게임부문에 주력하고 있는 소니는 차치하고라도 도시바·마쓰시타·히타치가 각각 서로의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 7월 마쓰시타와 히타치가 정보가전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체결, 에코넷의 무선통신 표준 프로토콜을 이용해 가전제품의 홈네트워크 구축에 나설 계획을 밝혔고 이어 지난달에는 샤프와 산요전기가 마쓰시타·히타치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이 사실상 이번 표준 단일화의 기반이 된 셈이다.
◇전망=일본의 홈네트워크 표준 통합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독일·미국 등 세계 각국의 대응도 빨라질 전망이다. 그러나 현재 홈네트워킹 기술은 홈PNA, 블루투스, IEEE1394 등으로 다양화돼 있어 단일화 추세와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실제로 단일 기술로 시장을 개척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세계 가전업계 관계자들은 일본 업계의 단일 표준 확산이 세계 시장 전반보다는 오히려 일본과 유사한 방향으로 시장이 발전해온 국가나 지역을 타깃으로 진행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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