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SKT, HLR 접속 놓고 대치

KT가 가입자위치인식장치(HLR)접속과 관련, 그동안 요구해온 상호접속 협정을 SK텔레콤이 지연시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KT측이 최근 두 회사가 합의한 이행계획서 불이행을 근거로 또다시 통신위에 제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HLR접속은 전화망에서 이동망으로 호 접속시 HLR을 통해 이동가입자가 위치한 이동교환기를 거친 후 해당 이동단국교환기(MSC)로 직접 접속하는 것으로 전기통신사업법상의 상호접속기준에 의해 통신사업자는 필요할 경우 접속을 요구해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 제22조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는 시내단국·시내집중교환기·시외교환기·이동단국·이동중계기·HLR 등의 설비를 포함해 기술적으로 가능한 모든 설비의 접속을 허용해야 한다.

　KT는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HLR접속을 SK텔레콤에 요청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기술상의 이유로 불가능함을 통보했고 이로 인해 KT는 SK텔레콤을 통신위원회에 금지행위로 제소해 시정조치를 받아냈다. 이를 근거로 두 회사는 지난 4월 상용망 접속을 10월30일까지 완료키로 하는 내용의 HLR 시험접속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고 이와 관련한 이행계획서를 통신위에 제출한 바 있다.

　KT측은 “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로 전화를 할 경우 HLR접속을 지원받아 최단거리내의 이동단국에 접속, 가입자와 연결해야 하는데 현재는 중간에 이동중계교환기(CGS)를 거치게 돼 있어 불필요한 접속료를 이동전화사업자에 지불해야 한다”며 “KT는 SK텔레콤에 HLR 접속후 접속점 변경(CGS→MSC)으로 인한 L→M 접속회선 전환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미 다른 이동전화사업자인 KTF·LG텔레콤과는 HLR접속을 문제없이 시행하고 있는데도 SK텔레콤이 기술적인 이유를 내세워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HLR접속을 고의적으로 지연시킨게 아니라 KT의 시내집중교환기(IGS)에서 CGS를 거치지 않고 직접 MSC에 접속할 경우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데 아직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KT측에서 이를 해결했다고는 하나 아직 시험테스트가 완벽하지 않아 고객의 편의를 위해 기존 접속경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같은 경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KT는 연간 400억원의 접속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KT는 이동망 접속료로 연간 6000억원의 금액을 지불하고 있다. 현재 KT 시내전화 고객이 이동전화에 전화할 경우 시내전화-시내단국(LE)-시내집중교환기(IGS)를 거쳐 SK텔레콤의 이동중계교환기(CGS)-이동단국(MSC)-이동전화 경로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CGS를 거치지 않고 바로 MSC로 접속할 경우 접속단계가 줄고 KT는 자사의 망을 더 활용하게 돼 연간 400억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따라 KT는 “HLR 접속이 접속이용자인 KT의 고유권한인 만큼 통신위에 재 제소하는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시행하도록 할 것”이라는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연내 긍정적으로 협의할 방침”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