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납북 통신협상 전망

 ◆구해우 SK텔레콤 상무 hwk@sktelecom.com

 

 지난 6월 정보통신부와 KT, SKT 등 기업체의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해 역사적인 남북 통신협상을 진행함으로써 남북통신협력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서해교전 등의 영향으로 협상이 중단된 채 시간은 흘러가고 있다. 이같은 과정에서 주변환경은 급격히 변해가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에는 남북 통신협상 차원뿐만 아니라 향후 동북아 경제질서 전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만한 대형사건들이 세 건이나 터졌다.

 그것은 첫째 경의선, 동해선의 착공, 둘째 북일 수교협상의 진행, 셋째 신의주 특구의 발표다. 경의선, 동해선의 착공은 동북아 물류 대변환의 시발점이 될 것이며 남북경협을 대폭 활성화해 나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인데, 여기에서는 남북 통신협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북일 수교협상과 신의주 특구문제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하자.

 첫째, 북일 수교협상이 북한경제의 변화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정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일 수교협상 과정에서 최대 현안은 식민지 피해에 대한 보상금인데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경제협력 보상방식으로 80억∼100억달러가 북측에 보내질 것이라고 한다. 이 돈은 대부분 북한 경제인프라 구축비용으로 지출될 것인데 이중 약 10%는 통신인프라 구축용으로 투자될 것이라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미 북측 통신관계자와 일본의 NTT, NTT도코모 관계자와 이미 접촉이 시작되었다는 정보도 들려온다. 북일 수교협상은 난관이 많았다. 특히 일본 여론과 정치권 보수파의 반대가 걸림돌이었는데, 이를 극복하게 한 것은 자민당의 주요 정파인 하시모토파가 고이즈미의 방북을 지원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 배경은 하시모토파의 주요한 경제적 후원세력이 건설업과 정보통신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침체에 빠져있는 업계의 돌파구로 북한시장의 진출을 고려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들은 일본자본이 북한 통신시장 진출을 구체화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해 볼 수 있게 한다.

 둘째, 신의주특구 발표가 남북 통신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를 검토해 보아야 한다. 북한이 신의주특구 정책을 선택한 것은 북한식 개혁, 개방에 대한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며 북한식 개혁, 개방의 성공에 대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 행정장관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인 양빈을 임명한 것은 특구에 EU와 화교들의 자본을 유치하겠다는 배경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신의주특구가 북한 계획대로 개혁, 개방의 길로 나간다면 신의주는 북한 정보통신시장 진출의 시험대요, 전진기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지역에 EU와 화교들의 자본이 진출할 때 필연적으로 일정한 사업성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이동통신 사업권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남북 통신협상 과정에서 얻고자 했던 전국사업권 문제, 기술표준 문제 등에 교란요인으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사실들 외에 태국의 록슬리사가 향후 북한지역 전체의 이동통신사업권을 노리면서 GSM방식으로 나진·선봉지역에 이어 평양에서도 시범망을 구축, 확대해나가고 있고, 독일의 지멘스에서도 중장기적인 구도하에 평양에 역시 GSM방식으로 시범망을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환경의 변화들은 남북 통신협상을 교란시키는 요인들로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측은 이러저러한 이유들 때문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북측과 약속한 합의들도 물 건너갈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의 관계자들은 남북통신 협력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를 했고, 우리 정부와 기업체 관계자들은 ‘대북통신사업 컨소시엄’을 통해 북한 정보통신산업에 진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유로 시간이 흘러가고 주변환경의 변화 때문에 남북 통신협상이 무산된다면, 남과 북의 정보통신산업 발전전망에 심각한 후유증을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부디 관계자들의 힘과 지혜를 모아 남북통신 협상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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