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상표권 도용 문제 심각

　유통업체가 자사의 상호나 회사 로고와 같은 상표권 관리문제로 비상이다.

　7일 할인점·홈쇼핑 등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따르면 최근 유명 유통업체의 상표나 상호를 무단으로 도용해 영업행위를 하는 업체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대책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LG유통(대표 강말길)은 최근 자사 할인점인 ‘LG마트’의 상호를 이용해 가맹점을 유치하려고 한 D통상을 상표권 무단 사용 건으로 법적 소송을 진행키로 했다.

　 LG유통측은 “D통상이 100평 정도의 대형 쇼핑몰을 오픈하면서 이를 마치 LG마트 매장인 것처럼 속여 가맹점을 모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특히 D통상 측은 이미 LG그룹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 허가를 받았다고 허위 내용을 홍보해 물의를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LG유통은 자체 법조팀을 통해 이 업체에 LG마트 상호를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한편 별도의 법적 소송도 진행키로 했다.

　LG유통은 “LG마트의 상호 도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이보다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편의점 ‘LG25’는 한달에도 빠지지 않고 한두건씩 상표권 도용 사례가 접수될 정도로 상표권 도용이 만연돼 있다”고 말했다.

　TV홈쇼핑업체 현대홈쇼핑(대표 강태인)도 지난해 11월 방송을 시작한 이후 인터넷에서 ‘현대홈쇼핑’이라는 상호를 사용하는 쇼핑몰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대는 마치 현대홈쇼핑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처럼 운영한 쇼핑몰 4곳을 발견하고 상호를 바꾸거나 사이트를 폐쇄토록 조치했다.

　이에 앞서 LG홈쇼핑(대표 최영재)도 자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인 LG이숍을 사칭해 고액의 입점료를 요구하며 사이버 프랜차이즈를 모집하는 불법 사이트를 신고받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 업체는 e메일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LG홈쇼핑 사이버 프랜차이즈’ 대행업체를 표방하며 인터넷 쇼핑몰 구축에서 판매상품까지 LG의 상표를 빌려준다고 광고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LG홈쇼핑은 LG이숍 사이트 게시판을 통해 회원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게시하는 등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이밖에 이마트·CJ홈쇼핑 등 주요 할인점과 홈쇼핑 업체는 최근 들어 급속히 성장한 이들 업체의 유명세를 이용해 유사 쇼핑몰을 운영하거나 불법으로 영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홈쇼핑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홈쇼핑이 호황을 누리자 유명업체의 상호와 혼동하기 쉬운 이름을 내건 유사 인터넷 쇼핑몰이 크게 늘고 있다”며 “이들이 파는 제품을 구입해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대기업 홈쇼핑 업체로 오인해 항의해 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다른 회사의 이름을 사칭해 상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며 “최근 할인점과 홈쇼핑 등 소위 신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아 경찰·검찰과 별도로 자체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