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형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종합쇼핑몰을 통한 카드할인(카드깡)이 기승을 부리면서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 환금성이 뛰어난 고가 제품을 취급하는 업체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드깡업체들이 국내 유명 종합쇼핑몰에서 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한 뒤 카드할인을 통해 용산 등 재래시장에 제품을 역으로 유통시키면서 해당업체들이 가격정책 유지에 애를 먹고 있다.
카드깡 업체들이 무자료로 구매한 제품을 수도권 대형 전자상가에 역류시키거나 가격비교 사이트에 최저가격으로 판매하면서 유통질서가 심하게 왜곡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한도를 줄이는 등 규제를 강화하자 최근의 카드깡은 기존 신용카드가 아닌 일반 백화점카드를 이용하는 신종수법이 등장, 충격을 주고 있다.
◇카드깡 현황=최근의 카드깡은 자금력을 가진 청주, 울산, 의정부에 위치한 몇몇 업체가 백화점카드 및 사이버머니로 제품을 구매한 뒤 도소매업자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 업체는 20대 초반의 젊은 층이 소유한 백화점카드를 이용해 제품을 구매한 뒤 동일한 특정장소 및 번호로 상품을 배송시키고 이를 다시 재래시장과 인터넷 가격비교사이트에 유통시키고 있다.
특히 쇼핑몰업체들이 주문자와 배송지를 일일이 확인하는 등 카드깡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자 최근엔 카드할인을 받는 사람이 제품을 직접 배송받아 카드깡업체에 넘기는 수법으로 단속을 피해가고 있다.
카드깡 대상은 LG상사 캐논 파워샷 G2, 소니의 TRV40 캠코더 등 외산 고가 제품을 비롯해 삼성전자 LCD모니터, LG전자 동글이청소기 등 ‘환금성’이 높은 상품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종합쇼핑몰의 한 관계자는 “70만원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는 주문자와 배송지를 확인하고 수동으로 발주를 내고 있으나 파악이 쉽지 않다”며 “이에 따라 최근엔 주문을 할 수 없도록 G2 디지털카메라에 대해 장기품절을 걸어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피해=카드깡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면서 해당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은 시장가격을 통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평균 5∼6%의 정상적인 유통마진을 남길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도매업체들이 정상 유통가격에 비해 5만∼6만원 가량 낮은 카드깡 제품 구매를 선호하면서 정상업체들은 제품출하량 감소에 따른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실제로 LG상사의 캐논 디지털카메라 G2를 88만원에 납품하고 있는 K사는 카드깡 제품이 용산 재래시장에서 80만∼82만원에 유통되면서 기존 거래선과의 마찰은 물론 영업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피해업체의 한 관계자는 “캐논 디지털카메라에 대한 집중매수가 이뤄지면서 월평균 4000만∼5000만원이던 A사의 매출이 지난 8월엔 10배 가량 늘어난 4억원으로 급증했다”며 “카드깡이 계속된다면 장기적으로 500여개에 달하는 기존 거래선과의 불편한 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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