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종민 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 kyung@ee.kaist.ac.kr
지난해 말부터 급류를 타던 하이닉스반도체 처리방안에 대한 토의가 외견상 정체국면에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금도 하이닉스의 향후 운명과 이에 따른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향방에 영향을 주는 많은 사건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하이닉스에 대한 유일한 매수 희망자이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가 양해각서(MOU) 작성 당시에 비해 반토막난 지금 상황에서 독자생존 외에는 대안이 없다. 하이닉스 처리방안에 대한 독일은행의 보고서에서도 하이닉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부채탕감이 꼭 필요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제는 하이닉스 전체 매각의 현실성이 없음을 직시하고 하이닉스를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채권단과 정부의 중대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인피니온에 비해 원가구조가 월등하지만 올해 안으로 0.13마이크론 공정에 대한 추가투자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서서히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계속 주저하고 미루다가는 고사위기를 면하기 어렵다. 사력을 다해 뛰는 핵심 기술인력들마저 하이닉스에서 이탈한다면 더이상의 희망은 없어지게 된다. 미래 IT 기반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이 내려앉는 것이다. 우리의 기술인력들이 계속 집시처럼 외국에서 우리와 경쟁할 회사에서 고국을 향해 화살을 겨누며 살게 될 것이다.
마이크론과의 MOU 내용이나 독일은행의 보고서 제안을 보면 2조원 정도의 부채탕감은 채권단이 해주어야 할 최소한의 결정으로 보인다. 이러한 규모의 지원은 채권단이 감당할 능력(대손충당금 적립) 안에 있고 다른 선택에 비해 결단할 만한 가치가 있는 선택이기도 하다. 이런 결정은 너무 늦기 전에 이뤄져야 한다.
중국이 엄청난 힘과 의욕을 보이며 깨어 일어나 달리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공계 기피현상 심화 등 자중지란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 문제 등 반도체와 핵심 산업현안에 대한 정부의 비전과 결단, 의지가 필요하다. 하이닉스 문제는 반도체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산업전체와 국가경제, 그리고 이공계 활성화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된다.
무리수였던 빅딜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의도로 해외매각이 시도된 것이라면 이제는 새로운 마음으로 과감한 결단을 내릴 때가 됐다. 채권단이 마이크론에 제안했던 조건 정도를 하이닉스에 제공하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독일은행도 약 2조원의 부채탕감이 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의 선결 이슈임을 분명히 제안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 정부는 나라의 핵심산업에 대한 지원의지를 여전히 유보하고 있음이 안타깝다.
D램 가격이 하락하고 막대한 부채가 있다는 점은 우리가 감당하고 돌파해야 할 난관이지 급히 내려놓으려 할 짐이 아니다. 멀리 보고 깊이 생각해 신중히 다뤄야 할 일이다. 하이닉스가 사라지면 그 여파는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클 것이다. 수많은 실업자와 많은 기업의 연쇄도산, 이공계 사기저하, 반도체 강국이라는 국민적 자존감 소멸 등 월드컵 4강의 효과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는 엄청남 규모의 마이너스 빅뱅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미래시장이 계속 성장하는 분야에서 세계 톱3에 랭크된 기업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대안이 과연 무엇인지 먼저 확인돼야 한다. 미래의 국가 생존전략 차원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의 중요한 축으로서 반도체를 대체할 산업이 전혀 준비되고 있지 못함을 직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은 하이닉스를 확실히 살리고 그 경쟁력을 올리는 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작은 푸성귀단 몇개를 놓고 파는 아낙도 자기 상품의 값을 높이려고 물건이 시들어 보이면 물도 뿌리고 먼지가 쌓이면 털어 제값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 일련의 무리한 빅딜이 추가지원 절대불가, 해외매각 계속추진 등 궤도를 이탈하는 더 큰 무리수로 이어지는가, 아니면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위상과 시너지 효과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결단으로 나아갈 것인가는 지금 우리가 내려야 할 중요한 선택이다. 정답은 이구동성으로 이미 제출됐다. 너무 늦지 않게 하이닉스처리에 대한 정부와 채권단의 중대한 결단이 내려지기만을 간절히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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