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삼성SDS 콘텐츠비즈니스사업부장 sangjin@samsung.co.kr
지난달 29, 30일 이틀간 일본 토쿄 국제무역센터에서 열린 ‘한·일 디지털콘텐츠 비즈니스 상담회’에서 국내 콘텐츠업체들이 4500만달러 규모의 수출상담 성과를 거뒀다고 한다. 여기서 실적을 올린 기업들이 대부분 국내 콘텐츠관련 벤처사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작은 벤처사들에 의해 디지털콘텐츠 강국으로서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일까.
2002년 일본에서만 2400만명이라는 최대의 관객, 3000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리고 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재패니메이션이 있다. 그리고 이미 지난해에 매출 1000억원을 넘는 실적을 올렸던 국내의 온라인 게임 ‘리니지’는 소위 디지털콘텐츠라는 새로운 시장의 서막을 알리는 몇몇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최근 MP3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는 음악 콘텐츠 공유사이트인 ‘소리바다’에 대한 법원의 조치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콘텐츠시장 환경을 인지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개념적 모호함이 여전하다. 문화콘텐츠 또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국제적 비즈니스모델이 취약한 것 또한 사실이다. 국내 디지털콘텐츠 관련 시장은 연간 3조4000억원 규모로 해마다 40%씩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디지털콘텐츠산업이 진정한 산업적 특성을 띠기 위한 비즈니스적 요소를 가질 수 있는 제반 환경은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불과 몇몇 기업만이 콘텐츠의 미래 가능성을 보고 이에 대비하지만 여전히 사업인지도는 낮은 편이다. 반면 일본 소니의 경우 이미 세계 5위의 미디어 기업으로 변모했으며 GM은 텔레매틱스 표준장악으로 자동차와 콘텐츠 결합을 위해 모바일 환경에 디지털네트워크를 결합시키는 노력으로 단순 제조업의 모습을 지워가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의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그러다보니 글로벌 상품기획 능력을 많이 키우지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빠르게 변해가는 고부가가치 지식시장으로의 진입을 위해서 국내 디지털콘텐츠산업의 육성은 그 무엇보다 시급하다. 산업 육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디지털콘텐츠의 상품화다. 콘텐츠를 상품화하고 부가가치화하는 능력이 진정한 콘텐츠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콘텐츠를 어떻게 디지털라이징해서 분배하느냐가 바로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고속통신망이 세계적이라고는 하지만 이 정보의 고속도로에서 다닐 수 있는 자동차(디지털콘텐츠)는 매우 규모가 작다.
최근 이 분야에서 우리의 벤처사들이 쏟고 있는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낳고 있다. 특히 교육·엔터테인먼트 등 창의력과 전문성, 도전의식에 좌우되는 분야에서 이들이 조금씩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벤처 기업을 위해 원소스멀티유스 개념의 가치사슬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의견이 접목돼 재생산된 콘텐츠가 갖는 힘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이들 콘텐츠가 효과적으로 유통될 수 있는 유통 시스템도 동시에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과금, 복제방지 체제, 트래픽기술 분야에서 콘텐츠의 자유로운 유통과 재생산이 이뤄질 수 있는 구체적인 환경 조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요즘 하드웨어 제조업자들 사이에 미래의 하드웨어 가격은 제로가 되고 콘텐츠가 수익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 말을 입증하듯 최근의 추세는 하드웨어를 팔기 위해 우량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종종 볼 수 있다. 앞으로의 디지털콘텐츠는 인문과학·교육문화예술·정보통신기술이 융합된 퓨전산업으로 발전할 것이다. 여기서 미래의 비전을 보면서 국내 벤처사들이 밤낮을 잊고 뛰고 있다. 디지털콘텐츠산업이야말로 감성적이고 지적인 우라나라 사람들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을 근간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일 것이다. 글로벌시장을 장악하고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국내의 벤처사들에 다시 한번 모든 사람들이 ‘오! 필승 콘텐츠코리아’를 외쳐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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