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컴퓨터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준비되고 있다.
오는 10월 1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세계 체스 챔피온 개리 카스파로프와 컴퓨터 프로그램 ‘딥 주니어(Deep Junior)’가 체스 대결을 벌이기로 한 것이다.
카스파로프는 설명이 필요없는 체스계의 세계 최고수. 이스라엘의 프로그래머인 아미르 반과 샤이 버신스키가 제작한 딥 주니어 역시 지난 7월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서 열린 ‘제7회 컴퓨터 체스 올림피아드’에서 우승하면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주최 측은 13일동안 계속되는 이 대결에 ‘인간 대 기계의 싸움, 그 후속편’이라는 그럴싸한 제목을 달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욱이 인간인 카스파로브가 지난 96, 97년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인 IBM ‘딥 블루(Deep Blue)’와의 대결에서 1승1패의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그 후손과의 경쟁이라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승자 30만달러, 패자 20만달러라는 상금규모에서 알 수 있듯 이번 대결은 과거에 비해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카스파로프만 50만달러를 출연료로 받게 돼 있어 승부와 상관없이 톡톡히 재미를 보는 셈이다.
또 관계자들이 이번 시합이 끝나면 100달러 정도에 판매되는 딥 주니어 상용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늘을 치솟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데서 이번 시합이 승부보다는 ‘딥 주니어 알리기’에 모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도와 상관없이 사람과 컴퓨터의 대결은 컴퓨터의 데이터 처리능력과 인공지능(AI) 수준 및 컴퓨터의 사고력 정도를 알 수 있어 항상 업계 안팎의 관심을 모아왔다.
국제 컴퓨터 게임연합회(ICGA)의 데이비드 레비 회장도 “이번 대결을 통해 최근의 AI 기술이 어디까지 와있는지 알게 될 것”이라며 “시합을 본 사람들은 딥 주니어의 능력에 반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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