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노키아 스마트폰 대격돌 의미와 전망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경쟁적으로 스마트폰이라는 포스트PC를 전면에 내세우며 신시장 공략에 나선 것은 이들이 이동통신산업과 IT시장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 노키아와 삼성의 행보는 조만간 벌어질 포스트PC 전쟁의 예고탄인 동시에 불투명한 포스트PC시장에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여 세계 IT업계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왜 스마트폰인가=스마트폰(smart phone)이란 아직까지 명확한 경계가 없는 신개념의 제품이다. 애초에 스마트폰은 기존 보이스 기능에다 스케줄관리나 간단한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제품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의 데이터 처리속도가 빨라지고 기술개발이 가속화되면서 컴퓨팅 기능이 점차 보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선보이고 있는 스마트폰은 PDA폰이라고 불릴 정도로 발전하고 있다. PDA폰이란 초기의 유선기반이었던 PDA가 사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자연스레 무선기반으로 바뀌면서 기존 컴퓨팅 기능외에 휴대폰 기능이 가미된 제품이다. 이에 따라 비슷한 기능과 사양을 지닌 제품이면서도 휴대폰업계는 스마트폰으로, PDA업계는 PDA폰으로 명명하고 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성장에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대체수요 선점을 통해 사상 최대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신규 수요창출 없이는 성장세를 지속시키기에 불안감이 없지 않다. 특히 고급제품만을 고집하고 있는 이상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데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기업업무용으로 쓰일 수 있는 스마트폰은 삼성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노키아는 세계시장의 절반에 이르는 휴대폰의 지배력을 자연스레 포스트PC로 이전할 수 있는 디딤돌이 바로 스마트폰이다. 특히 고급제품 비중이 높지 않은 노키아로서는 스마트폰이 수익성 제고에도 큰 힘이 돼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상걸린 휴대폰·PDA업계=양사의 진격으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곳은 휴대폰과 PDA다. 삼성전자와 노키아가 보이스 기능이 기본인 스마트폰 사업을 강화할 경우 아무래도 휴대폰시장을 일정부분 잠식할 수밖에 없다. 시장잠식은 노키아나 삼성과 같은 메이저보다는 마이너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10여년이 넘도록 생각만큼 시장확대가 이뤄지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PDA업계는 그나마 유망하다고 기대되는 PDA폰에서 거대 경쟁자를 만난 셈이다. 스마트폰은 컴퓨팅 기능도 중요하지만 보이스 기능이 확실해야 하는 만큼 PDA업계로서는 핸디캡이 따른다. 오라클, 어도비시스템스사에서 보듯 세계적인 IT업체들이 시장지배자이자 리더인 양사와 제휴를 원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컴퓨팅기능을 지원하는 것은 수월하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128만대로 1311만대의 PDA 시장규모의 10%에도 못미쳤다. 그러나 오는 2005년에는 4079만대에 이르러 2500만대의 PDA 시장규모의 1.5배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양사가 세계적인 IT업계의 지원을 받으며 스마트폰 경쟁에 돌입할 경우 시장규모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며 상대적으로 PDA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긴장하는 IT업계=세계적인 오퍼레이팅시스템(OS)업계에서부터 각종 애플리케이션 업계, 통신업계는 두 회사의 행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포스트PC는 아직까지 세계표준이나 마켓리더가 없어 혼전중인 만큼 노키아와 삼성의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오라클, 어도비시스템스, 심비안, 팜 등은 웃고 있다. 노키아가 스마트폰에 심비안의 OS인 에폭(EPOC)을 탑재하고 어도비시스템스의 아크로뱃리더를 탑재하기로 했고 삼성이 팜소스의 OS인 팜과 모바일 데이터베이스인 ‘오라클9아이 라이트’를 싣기로 했기 때문이다. 윈도CE와 스마트폰2002로 이 분야 OS를 선점하려는 MS는 물론 모바일데이터베이스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사이베이스가 울 일이다. 그러나 승부는 지금부터다. 노키아나 삼성은 특정업체의 OS나 애플리케이션에 얽매이기보다는 단말기를 많이 팔 수만 있다면 누구와도 제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미래는=포스트PC 계열제품이 모두 그러하듯 스마트폰 역시 아직은 미래가 확실치 않다.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블루투스의 존재 때문이다. 블루투스가 상용화된다면 오히려 스마트폰포다는 PDA가 더 각광받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만만치 않다. 자그마한 블루투스 단말기만 들면 보이스통신도 가능하기 때문에 더 크고 기능이 더 좋은 PDA폰이 시장에서 승자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석유메이저 때문에 수십년 동안이나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는 누가 시장을 지배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관건이기도 하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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