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서버·스토리지를 이끌 10대 이슈
월드컵의 승리는 기뻤다. IT 기업들에는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월드컵으로 점화된 특수를 일구어 내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월드컵이 개최된 상반기에 주요 IT 프로젝트의 상당수가 연기된 것도 사실이다. 3분기에는 그동안 미뤄진 프로젝트를 거머쥐기 위한 IT업체들의 걸음이 바쁘다.
대선이라는 큰 변수가 있고 공공기관의 투자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시장을 이끌어갈 이슈는 많다. 서버에 이어 스토리지 분야에서도 가격 경쟁의 심화와 함께 희비가 교차될 ‘한판 승부’가 예고된다. ‘종합IT업체’로의 변신을 꿈꾸는 중대형 컴퓨팅 업체들은 서버·스토리지 분야를 망라한 전방위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하반기 시장의 핵심 이슈를 얼마 만큼 소화해낼수 있느냐에 따라 업체의 판도가 뒤바뀔 것이다.
◇고객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책임진다=비즈니스 연속성(BC:Business Continuity)은 솔루션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이슈라 새삼스러울 것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사업자들은 서버공급이나 DR에 BC의 개념을 적용하는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BCP는 각종 재해 발생시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으로, 재해복구 시스템보다 범주가 큰 개념이다. 단순히 재해를 예방하고 유사시 피해를 복구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고객 서비스의 지속성 보장, 고객 신뢰도 유지, 핵심업무 기능 지속 등을 위한 전산환경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 이 개념은 컴퓨팅 업체의 컨설팅 사업이 강화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TCO나 ROI는 결국 ‘중단없는 비즈니스’를 지원하는 IT환경에서 나오고 이를 보장해주는 것 역시 사업자들의 몫이다.
◇서버통합에 대비하라=상반기 서버시장의 주요 이슈였던 서버통합은 하반기에 현실화될 전망이다. 서버를 증설하거나 신규 서버를 구입해 기존 서버를 부분적으로 줄여나가는 크고 작은 통합작업이 끊임없이 추진되고 있다. 한국HP·한국IBM·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중대형 빅3 모두 하반기 서버시장을 달굴 핵심이슈로 서버통합을 꼽고 있다.
특히 컴팩코리아를 합병한 한국HP가 기존 컴팩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 마이그레이션 정책을 내세워 서버통합을 적극 추진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국IBM도 메인프레임의 다운사이징을 서버통합으로 방어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여기에 DR 프로젝트에 앞서 기존 전산환경을 정비하는 기업들의 요구나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사업자들의 이해요구가 맞아 떨어져 이 분야의 승자가 하반기 패권을 차지할 것이다.
◇서버시장 대격돌 조짐=중대형 컴퓨팅 업체들의 경쟁이 로엔드부터 하이엔드까지 전 분야에 걸쳐 심화될 전망이다. 한국IBM은 한국썬의 F15K에 대응해 ‘레가타’를 내세우고 있다. 한국썬은 IBM 메인프레임 z시리즈를 겨냥하고 있다. 한국HP과 한국IBM은 아이테니엄2 서버와 p630을 내세워 한국썬이 선점하고 있는 로엔드 유닉스 시장에서 한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다. ‘완벽한 라인업’을 통해 전 분야에 걸쳐 펼쳐지는 경쟁은 서버가격의 끊임없는 하락과 컨설팅 및 솔루션 마케팅의 비중 증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아이테니엄 워밍업 언제 끝날까=인텔 아키텍처(IA) 64비트 칩 아이테니엄2 서버가 출시됐다. 7월 현재 한국HP만 출시했지만 9월경 주요 사업자의 신제품 출시가 잇따를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아이테니엄이 고성능컴퓨팅(HPC) 분야에 적합함을 들어 IA 서버 클러스터 방식의 슈퍼컴퓨터에 이어 ‘아이테니엄 클러스터 슈퍼컴퓨터’의 등장도 예상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은 기간업무에 아이테니엄 서버가 적용될지 여부. 1세대 아이테니엄 칩이 장착된 서버가 곳곳에서 개발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가운데 조만간 금융권에서도 일반 업무용으로 1세대 아이테니엄이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HP의 전략 여부에 따라서는 아이테니엄2 시스템이 기간 업무용으로 적용된 사례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HP 이름 값 할까=조직 통합 정비가 10월까지 계속된다. 통합조직인 한국HP가 명예퇴직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고 있는 가운데 유원식 한국HP 부사장이 경영진 가운데 처음으로 사임했다. 한국HP ‘엔터프라이즈 인력’의 추가 이탈도 예상된다. 한국HP 측은 ‘11월 새로운 회계연도까지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자는 분위기다. 한국IBM이나 한국썬에서는 이 틈을 타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중이다. 2분기 시장조사가 이달말경 나오면 한국HP의 통합에 따른 누수는 수치로 확인될 것이다. 한국HP가 얼마나 빨리 효과적인 통합조직을 만들어 내느냐가 하반기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자원의 효과적인 관리가 중요하다=수백여대에 이르는 IA 서버와 유닉스 서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드웨어적으로는 서버 통합이 이슈로 등장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시스템의 총체적인 자원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될 것이다.
특히 웹 비즈니스 활성화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데이터 서비스 구축과 폭증하는 데이터 용량에 따른 대용량 스토리지 및 스토리지 네트워크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시스템관리솔루션(SMS), 네트워크관리솔루션(NMS), 스토리지관리솔루션 등을 포함한 엔터프라이즈관리솔루션(ESM) 분야에서도 통합이 핵심 키워드로 작용할 것이다.
별도의 영역으로 성장해온 관리 솔루션이 다양한 관리툴에 대한 요구가 늘어나면서 영역 파괴 현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런 현상은 서버·소프트웨어·솔루션·스토리지 등이 각기 전문업체의 영역으로 남아있지 않고 IT 전문업체의 전쟁터로 바뀌는 데 일조할 것이다.
◇가상화는 기술 논쟁 수준=올초 화두로 등장한 스토리지의 가상화(virtualization) 기술은 하반기에도 핵심 이슈로 자리잡을 것이다. 하지만 기술 논쟁 수준을 벗어나 실질적인 제품 경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한국HP가 통합 스토리지 전략의 아키텍처를 가상화에 근거하고 있고, 한국EMC가 오토IS를 내세워 이 분야에 접근하고 있지만 내년 이후에나 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실제 하반기 스토리지 시장은 하이엔드급 제품의 경쟁이 주를 이룰 것이다. 한국EMC의 시메트릭스, 한국IBM의 샤크, 한국HP의 XP·EVA, 한국썬의 썬스토에지 9900,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라이트닝 9900 등 대형 제품들이 경쟁을 벌일 것이다. 대기업 위주로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데다 금융권 통합 등으로 대형 수요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DR 수요, 공공과 제조로 얼마 만큼 확대될까=하반기 IT 수요에서 금융권의 백업센터는 매우 중요하다. 연말까지 DR 구축 의사를 밝힌 190개 금융사 중 현재까지 50여개 정도의 금융사만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140개 금융기관의 수요가 하반기로 남겨져 있다.
공공과 제조분야로 DR가 확대될 수 있을지 여부도 관심거리. 서울시와 한국자원재생공사 등이 재해복구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기상청은 종합정보시스템에 사용될 하드디스크와 네트워크영역스토리지(NAS) 장비를 추가로 구매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백업센터 운영 방안이 포함된 ‘범정부 통합전산환경 구축을 위한 정보화전략계획(ISP)안’을 연말께 내놓을 계획이어서 공공 수요가 촉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현대자동차 등 제조분야의 DR 수요도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스토리지 새로운 수요처 디지털아카이빙=위성방송과 데이터방송·양방향 방송의 등장과 함께 프로그램 제작·편집·송수신 등 방송 관련 분야의 디지털화 작업이 이슈가 되면서 디지털아카이빙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방송공사가 보도국에서 활용할 디지털아카이브시스템을 위한 파일럿 시스템 구축을 마치고 본격적인 프로젝트 착수를 앞두고 있는 등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들은 병원·방송 등을 겨냥해 주변장치사업자, SI업체, 솔루션 벤더 등과 공동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국산업체 선전 기대 이상=NAS, 시스템관리 등의 영역에서 국내 업체의 선전도 기대해 볼 만하다. 누리텔레콤·게이디씨정보통신·인티 등이 NMS 분야를 중심으로 신제품을 선보이며 외산제품과의 경쟁에 나서고 있다. NAS 분야에서는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넷컴스토리지·디스크뱅크·엑사큐브시스템·사이먼·맑은기술·글루시스·오픈베이스 등이 하반기 신제품 출시와 함께 해외시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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