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환경이 어려워질수록 ‘프로’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자율적인 투자 분위기를 조성, 우수한 심사역들이 최고의 프로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국내 벤처투자시장을 이끌고 있는 한국기술투자 장동주 신임 사장(49)의 경영방침 중의 하나다.
벤처캐피털에 있어 가장 큰 재산은 우수한 인력이므로 이들이 마음껏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만 조직은 물론 개인도 발전할 수 있다는 게 장 사장의 생각이다.
장 사장이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81년 한국기술개발(현 KTB네트워크) 창립멤버, 86년 한국기술투자 창립멤버로 활동하면서 현재까지 21년을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의 프로화를 추진해 왔다면 최고경영자에 오른 지금부터는 회사의 프로화를 추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벤처캐피털은 ‘천수답 투자’에 의존해 왔습니다. 선구안만 있으면 대박이 가능했지만 이제부터는 투자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사후관리 능력이 있어야만 확실한 투자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장 사장은 이런 생각하에 구조조정과 M&A, 사후관리 네트워크 분야를 대폭 강화, 투자에서 성공까지 벤처기업과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는 토털 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이 같은 전략은 코스닥시장만을 바라보는 단순한 투자회수 전략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 92년 이후 벤처캐피털 산업은 2∼3년 주기로 불황과 호황의 사이클을 그려 왔습니다. 경험상 내년 상반기까지는 현재와 같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겠지만 하반기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생각합니다. 때문에 벤처캐피털도 꾸준한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것이 필요합니다.” 장 사장이 구조조정이나 M&A분야를 강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이달 말로 만기가 되는 2080억원 규모의 ‘구조조정1호조합’의 해산에 당분간 주력할 방침이다. 첫 조합의 성과에 따라 향후 구조조정 사업의 명암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IT와 문화콘텐츠분야를 중심으로 한 벤처투자도 꾸준히 늘려갈 예정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한 기업이 나중에 ‘효자’노릇을 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어서다.
한국기술투자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벤처캐피털 리더로 성장시켜 나가겠다는 장 사장의 포부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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