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까지 2000억원이 투입될 과학기술부의 나노팹 유치 공모 심사 및 결과 발표가 계속 늦춰지면서 각종 루머가 난무하는 등 막판 혼선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과학기술부는 당초 지난 5월 나노팹 건설지역을 확정키로 했으나 ‘백년대계를 내다볼 신중한 선택’과 지자체 선거 등을 이유로 일정을 몇 차례나 연기하는 등 눈치보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과기부 고위관계자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노팹 선정 시기의 잇단 연기=과학기술부는 지난 5월 나노팹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지자체 선거가 6월에 있어 정치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미국보다 일본이나 대만의 나노팹 설치 방식이 우리에게 더 적합하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결정을 유보하고 있다.
그러나 7월에 접어들었지만 과기부는 여전히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고 언제까지 나노팹 선정을 마치겠다는 공식적인 입장마저 회피하고 있어 나노팹 관련 정책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나노팹 지역 분할설 논란=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나노팹 입지의 지역분할설이 과학기술계 일각에서 제기됐으며 과학기술부도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KAIST의 한 관계자는 “지역 정치인이 과기부 고위관계자와 통화한 결과 나노팹을 경기도와 대덕연구단지 등 2곳으로 이원화하는 것도 한 방안일 수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며 “최근 들어 과기부 고위관계자가 사석에서 자주 나노팹 분할설치론을 거론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초 과기부가 한곳에 집중투자하겠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분할설을 흘리며 나눠먹기식으로 이원화하려는 것은 일관성 없는 정책”이라며 과기부를 강도있게 비난했다.
과학기술부는 이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비공식적으로는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결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기부 관계자는 “나노팹 입지선정 원칙과 심사방식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게 사실”이라며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나노팹 입지로 한곳이 선정될 것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언급할 입장은 아니다”며 나노팹의 이원화 가능성에 대한 여지를 남겨 항간의 소문이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과학기술계 반응=과학기술계는 이구동성으로 과기부가 나노팹 선정 시기부터 명확히 밝힌 뒤 나노팹 유치기관을 심사·선정하게 될 ‘나노기술개발추진위’를 조속히 구성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원로는 “정부의 정책이 흔들리면 과학기술계 전체로부터 불신을 받을 수 있다”며 “과학기술계도 고질적인 병폐인 인맥·학맥 등에 따라 정책을 좌지우지하기보다 히딩크식의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기반으로 한 경영을 벌여야 글로벌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권상희 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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