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는 6·15 공동선언으로 반세기 동안의 반목과 불신의 관계를 접고 화해와 협력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화해 협력 무드는 6개월 뒤인 2001년 1월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대북 강경자세를 취해온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가 쌓아온 대북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면서 북미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남북 관계도 이로 인해 소강상태에 빠져들었다.
특히 지난 1월 북한을 ‘악의 축’을 형성하는 국가로 규정한 부시 대통령의 국정 연설로 남북간 경제협력 기상도도 흐려졌다. 부시의 초강경 발언은 여타 분야에 비해 활성화하던 남북 IT교류협력 분야에도 찬물을 끼얹은 셈이 돼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9·11 테러사태로 인해 북미 관계가 더욱 냉각되면서 남북 관계도 미국 대 테러전쟁의 그물망에 걸려들고 말았다. 이에 따라 올해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돼 펜티엄급 컴퓨터 등의 대북 반출이 사실상 허용됨으로써 남북 IT교류협력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사라져 버렸다.
남북 교류 확대의 걸림돌인 대북 전략물자 수출입 규정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북미관계 개선과 함께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벗어나는 게 필수적인 상황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올 초 수출관리규정을 수정하면서도 북한에 대해서는 반출 가능한 컴퓨터 수준을 386급인 6MTOPS로 묶어놓음으로써 펜티엄급 이상 컴퓨터의 북한 반출 금지조처를 유지시켰다.
물론 이를 해결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북미관계 개선을 통해 북한이 테러지원국가 리스트에서 제외돼 대북 제재가 풀리는 것이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
결국 북미 관계는 남북 교류는 물론 경협의 질적 도약의 필수 요건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대북 협상자세로 인해 당분간 북미 관계의 교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남북 관계는 물론 IT교류협력도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함수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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