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술적으로 1%와 99%를 합치면 100%가 된다.
그러나 정보화 시장에서는 이같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1%가 절반이 될 수 있고 99%가 절반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기업과 기업간 유기적인 결합을 통해 상품과 정보가 오고가는 e비즈니스 시장에서는 이같은 논리가 성립된다. e비즈니스에 필요한 기업정보화는 응용프로그램이 아니라 산업의 기반이 되는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e비즈니스의 바탕이 되는 기업정보화는 마치 철도와 같다. 화물이나 인력을 수송하기 위해서는 목적지까지 완전한 도로망이 구축돼야만 한다. 기업정보화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각 철도의 끝에 연결된 역사와 같다. 이들 역사까지 철도망이 깔려 있지 않으면 기차가 출발할 수조차 없다. 중간에 레일이 하나만 끊어져 있어도 기차는 사람이나 화물을 수송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기업체는 1% 미만의 대기업과 99% 이상의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1% 미만의 대기업과 99% 중소기업의 차이는 크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숫자는 전체 기업의 99.7%에 이른다. 종업원 수도 전체 근로자 중 83.9%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대기업의 숫자는 고작 0.3%에 불과하다. 어찌보면 중소기업 중심의 국가 산업구조라 할 수 있지만 매출액을 보면 그게 아니다. 0.3%의 대기업 생산력이 국내총생산(GDP)의 51%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국가 경제를 선도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디지털로 경제패러다임이 전환됨에 따라 기업간 경쟁체제가 공급망(Supply Chain)간의 경쟁체제로 바뀌고 있다. 공급자와 고객, 그리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급망 안에서 공동 운명체로 얽히기 시작했다. 바로 지하철 순환선과 같이 정보네트워크로 묶여 있다. 이러한 디지털경제의 유기적 특징 때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정보와 자금을 상호 교환하는 구조 위에 놓이게 된다. 어느 한곳에서 정체가 발생하면 지하철 순환선 전체에 마비가 오는 것처럼 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e비즈니스도 자금과 정보 순환계통에 정체가 발생하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대기업 중심의 정보화만으로는 e비즈니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100%의 효과를 거두려면 e비즈니스를 위한 전체적인 투자와 균형적인 발전이 있어야 한다.
1%의 대기업이 뿌린 e비즈니스 인프라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나머지 99%도 동일한 수준의 정보화가 이뤄져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일한 e비즈니스 네트워크 선상에 있을 때 e비즈 코리아가 세워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정보화 투자현황은 아직 미흡하다. 기업정보화지원센터(센터장 임춘성·연세대 교수)가 조사한 2001년 기업정보화수준평가 결과 보고서를 보면 국내 기업의 2001년 정보화 투자는 매출액 대비 대기업 0.92%, 중소기업 0.76%에 불과하다. 투자 비율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비율을 실제 매출액으로 환산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편차는 엄청나다. 애플리케이션의 도입 여부를 살펴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애플리케이션은 단순히 전산 시스템 보유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비즈니스 전략, 프로세스 개선, 조직구성 등이 녹아 있는 복합적인 성격을 갖는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기업 내부 업무 정보시스템 통합을 바탕으로 업무 프로세스가 개선되고, 경영 의사결정에 정보화가 이용되는 ‘기업내 정보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중 30% 이상은 기업내 정보화를 넘어 고객이나 협력업체와 협업적 전자거래가 이뤄지는 ‘기업간 정보화’ 수준까지 도달해 있다. 반면 중소기업은 재무·마케팅·인사·구매·생산 등 단위 업무별로 정보화를 추진하는 데 급급한 저차원적인 ‘업무 정보화’ 수준에 머무르고 있음은 앞에서 살펴보았다. ‘정보화 목표’와 ‘정보화 활용’을 살펴보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정부도 이런 상황을 잘 아는 눈치다. 정부차원의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방안이 다양하게 마련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인 얘기지만 정부가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은 이 부분에 대한 문제가 많음을 의미한다.
정통부는 업종별 ASP보급 확산사업, 소기업 네트워크사업, 기업정보화수준평가 및 정보화전략계획 수립지원사업을 실시 중이다. 중소기업 스스로 정보 인프라 보급과 중장기 정보화전략을 수립, 기업마다 국가가 요구하는 체계적인 정보화의 일환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다.
산자부도 컨설팅, 기초정보 SW 도입, ERP 도입, 생산공정 IT화, 협업적 IT화, 업종별 템플릿 사업 및 지역별 ECRC 운영 등이 포함된 ‘3만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후속사업으로 3만개 중기 IT화 사업의 내실화 및 고도화를 위한 제2단계 중소기업 IT화 추진계획(포스트-30000 프로젝트)을 준비 중이다.
정통부가 소기업 정보 인프라 구축, 체계적 정보화 수준 진단을 통한 중장기 정보화전략계획 수립 등과 같은 컨설팅·교육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산업자원부나 중소기업청은 정보시스템 구축 등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에 무게중심을 둔다.
정부부처의 이같은 지원시스템은 업계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비판도 높다. 중소기업의 단계적 정보화 과정을 무시한 채 하드웨어 도입이나 소프트웨어 구축에 중점을 둠으로써 중소기업의 환경이나 장기적 정보화 방향에 실효성이 떨어지는 지원책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업계는 정보시스템의 도입에 앞서 해당 기업의 비전과 경영환경을 반영한 정보화전략계획이 먼저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 각 기관별로 사업을 연계해 경영전략 수립과 시스템 지원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하며 IT 지원업체, 중소기업 임원, 중소기업 정보화 담당자를 위한 정보화 교육과정 세분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기업내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각 직급별·직능별로 세분화된 정보 전문화 과정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이같은 요구는 지난 3월 한국전산원과 본사가 공동조사한 ‘국내 중소기업 정보화 현황 보고서’에도 나타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정보화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대부분의 업체가 정부의 지원을 받기 전 자사 정보화 수준이 기초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내 정보화 애로사항으로 비용부담, 체계적인 정보화전략 부재, 정보화 전문인력 부족, 경영진의 정보화 마인드 부족, 정보화 효과에 대한 불신 등을 꼽았다.
이런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이 권하는 해답은 아래와 같다.
전문가들은 우선 중소기업 스스로 정보화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비전과 경영환경에 부응하는 정보화 전략과 목표를 수립한 후 그에 다른 투자가 집행돼 기업 경영혁신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 대기업이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 정보화를 도와주는 방법을 권고한다. 세계적인 타이어회사 브리지스톤·파이어스톤은 미국시장의 중소소매점들이 영업관리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도록 컴퓨터 회사와 협력해 별도의 솔루션을 개발, 이를 장기저리로 도입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해준 사례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영세한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위해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대기업이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토대가 구축되면 결국 해당 대기업과 그 공급망 전체의 경쟁력 향상이 도모됨은 물론이다.
셋째,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실정에 맞는 정보화 인력 양성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소기업의 경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보화 전문가를 육성하면 다른 기업이 스카우트를 해버리는 일이 잦다. 이 때문에 해당기업은 정보화 전문가를 다시 육성해야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업계는 이러한 인력 부족에 따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 해법으로 일부에서는 인력양성 집단인 대학은 물론 실업계 고교 정보화 전문교육을 확산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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