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산협` 발족 기념 심포지엄 요지

 하이닉스반도체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나라산업을 생각하는 교수협의체(나산협)’는 11일 오후 4시 서울대 호암교수회관 컨벤션센터에서 반도체 및 경제전문가와 명예회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체 발족 기념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1부 주제발표와 2부 토론 등으로 진행됐으며 참석자 대부분은 정부와 학계, 업계가 힘을 모아 하이닉스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 김원찬 교수는 주제발표 전 인사말에서 “하이닉스를 무조건 살리자는 식이 아닌, 하이닉스는 물론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미래를 위해 현실성 있는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나산협의 출범취지”라고 설명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동양증권 민후식 애널리스트는 “하이닉스에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고 전제하고 “분사, 사업분할, 매각, 협력 등 다양한 방안을 하루빨리 모색하고 마련된 방안대로 신속히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닉스가 향후 경쟁력 유지 및 강화를 위해서는 추가자금이 필요하지만 채권단을 통해 구하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없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성공가능성 있는 프로젝트를 마련하고 이를 근거로 국내외 투자회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닉스의 경쟁력’이란 주제를 발표한 하이닉스 허염 부사장은 “하이닉스 위기의 발단은 99년 LG반도체와의 합병으로 차입금이 15조8000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합병의 후유증과 반도체산업 경기악화에 있다”면서 “하지만 합병이후 1년 6개월간 하이닉스는 약 13조3590억원의 현금을 창출했고 경쟁사인 마이크론이나 인피니온보다도 원가경쟁력을 10∼20% 높이는 등 경쟁력이 날로 향상되고 있어 향후 1∼2년 내에 충분히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조동성 교수는 ‘반도체가 국가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우리나라가 지난 20여년간 반도체산업에서 성공을 거뒀던 것은 국내 업체간의 경쟁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메기가 있는 곳의 미꾸라지가 튼튼하다’는 삼성 이건희 회장의 말을 인용해 삼성전자, 더 나아가 국가의 반도체산업이 부흥하기 위해서는 하이닉스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유럽의 금융기관들이 체질강화를 위해 회사를 굿뱅크와 배드뱅크로 구분한 후 회사의 부실부문을 배드뱅크에 몰아 굿뱅크의 견실화와 배드뱅크의 부실개선을 유도하는 보편적 사례를 들어 하이닉스의 매각이 아닌 정상화 수단으로 굿·배드컴퍼니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뒤이어 서울대 박영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는 고려대 김수원 교수, 서강대 황선영 교수, 서울대 김원찬 교수, 호서대 박헌휘 교수 등과 주제발표자들이 패널로 참석해 지난 20년간 쌓아온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유지·보전하고 관련산업의 연쇄 부실화를 막기 위해 정치·경제논리가 아닌 산업논리로 하이닉스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토론에서 호서대 박헌휘 교수는 정부가 엔지니어 육성에 사회간접자본(SOC)을 투입할 수 있도록 기술사연구센터 설립을 제안했으며 서강대 황선영 교수는 나산협이 하이닉스 증자참여와 같은 단편적인 활동보다는 매스컴 활동, 매각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의 사고전환을 위한 대외활동 등 다양한 활동에 나서자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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