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지나면 구형제품.
빠른 기술개발에 따른 신제품 양산과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가 결합돼 가전제품의 출시후 유통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19일 가전품 제조업체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들어 한달에 수백개씩 새로운 기능의 제품이 쏟아지는 등 신제품 출시 간격이 계속 짧아져 시장에서 판매되는 상품의 유통주기도 지난 99년부터 2000년까지 평균 1년 6개월 가량이었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부터는 1년 이하로 단축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의 29인치 TV는 지난 99년과 2000년에는 1년 6개월 정도의 주기를 두고 신제품 개발과 유통이 이뤄졌으나 지난해부터는 유통주기와 신모델 출시기간이 1년으로 줄어들었다. 소니, JVC 등 일본업체와 삼성전자 등이 제품을 내놓고 있는 디지털캠코더 시장에서의 제품 유통주기도 지난해 이전까지 1년 정도였던 것이 지난해부터 6개월로 확연히 줄어들었다.
업계는 이같은 변화의 가장 큰 이유를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와 외산가전업체들의 시장선점을 위한 신제품 출시 경쟁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발 앞서 새로운 기능의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아 시장선점은 물론 자사의 첨단 기술력을 대외에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다.
디자인, 기능 면에서 소비자의 욕구가 갈수록 다양해지는 것도 기존 상품의 빠른 퇴출에 영향을 미쳐 상품의 유통기간을 단축시키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LG전자, 삼성전자 등의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색상, 형태, 크기 등에서 더욱 세련되고 신선한 디자인을 원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추기 위해 소비자 기호를 발빠르게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계속해서 다양하고 빠르게 신제품을 내놓 게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들도 한정된 생산라인에서 기존의 주력 제품과 함께 동시에 신제품을 생산해야 하며 유통시장의 호응도가 낮은 제품에 대해 생산라인에서 제외시키는 등 악순환까지 되풀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실제로 유통업체들의 매장에서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유통업체는 신제품 중심으로 매장을 꾸미고 소비자에 대한 구입 권유도 수익성 높은 신제품 위주로 전개하고 있다. 따라서 신제품이 늘어날수록 매장 전면보다는 구석에 배치되는 상품 역시 늘게 되고 이러한 제품들은 고객이 원하거나 직접 지목해 찾지 않으면 판매되지 않아 몇 달만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된다.
모 가전유통업체 관계자는 “매주 신제품이 매장에 출시돼 얼마되지 않은 제품도 매장 뒤편으로 밀려 구형 취급받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며 “과거 평균 1년 반에서 2년 정도 판매되던 제품 유통주기가 최근에는 1년 정도로 줄었고 출시된 지 몇개월만에 바로 끊기는 상품도 적지않다”고 말했다.
유통업계는 제조업체들이 기존 제품에 단순 기능 몇가지만을 추가해 신제품이라는 명목으로 가격을 높여 출시하는 경우 소비자 구매에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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