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령탑 바꾼 AOL타임워너 `옛 영광` 되살릴까

 미디어 거함 AOL타임워너호에 새로운 엔진이 실렸다. 16일(현지시각) 주주총회에서 리처드 파슨스(51)가 제럴드 레빈의 후임으로 새로운 최고경영자(CEO)에 공식 취임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앞길에는 축하화환보다 많은 수의 과제가 놓여 있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파슨스가 AOL과 타임워너의 야심찬 합병이 이제 진가를 발휘할 것이라는 그 흔한 축사조차 할 수 있는 여유를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파슨스 스스로가 “명명백백하다”고 표현한 발등의 불부터 꺼야하기 때문이다.

 세간의 예상대로 시너지 효과는커녕 세계 최대 미디어 업체 AOL타임워너의 주가는 2000년 초 합병 발표 이후 절반 가까이 폭락했다. 여기에다 올 1분기(1∼3월) 시가총액 순손실이 무려 540억달러에 달해 미 정보기술(IT) 업계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가장 큰 난국은 이 회사의 ‘성장 엔진’이라 할 온라인 서비스 AOL이 맥을 못추고 있다는 데 있다. 한때 닷컴기업의 표상이었던 AOL은 최근 무디스나 S&P 등 신용평가기관에 의해 중간정도의 신용등급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AOL타임워너가 수개월 동안 식언을 일삼고 악재성 발표들을 기습적으로 터뜨리는 통에 투자자들은 AOL타임워너라 하면 이제 경계의 눈초리부터 보내고 있는 판국이다.

 양사간 합병에 따라 개편된 최고경영진이 비로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미디어 업계가 광고시장 위축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어 경영진의 전도도 험난하기 그지없다.

 AOL타임워너가 이렇듯 힘든 상황에 처했다해도 성장을 위해서 파슨스는 몇가지 난제를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한다.

 업계에서는 우선 AOL이 초고속 서비스 확대를 위한 분명한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다. 파슨스가 “AOL의 비즈니스는 확대되고 있고 금융상태가 나아지고 있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신용등급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충고다.

 파슨스는 이와 함께 지난 90년대 타임워너가 제휴를 적극 추진한 결과 AT&T 및 뉴하우스와 복잡하게 얽히게 된 제휴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파슨스는 최근 AOL타임워너가 건너야 할 난관과 관련, “명명백백한 단기적인 과제들에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CEO에 공식 취임하면 최우선 과제로 주주들의 신뢰회복에 힘쓰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프루덴셜 증권의 애널리스트 질 크루틱은 “AOL타임워너에 대한 신뢰추락과 주가폭락은 하루아침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주주들을 놀라게 한 많은 악재들이 누적된 결과”라면서 “재무수치들을 하나 하나 살펴보면 말기상태는 아니지만 수치 전체를 놓고 보면 중환자실에 입원한 정도는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파슨스 체제하에서 AOL타임워너는 본질적인 개혁이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슨스가 AOL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전환을 서두르는 한편 타임워너 엔터테인먼트의 소유구조를 정리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꼽았다.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 불가능하지 않으며 이렇게 될 때만 AOL타임워너가 방향을 제대로 잡아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변호사에서 출발해 최종 종착점을 정치에 두었던 파슨스는 꿈을 당분간 접어두어야 하게 됐다. 와인을 좋아하며 대화를 즐기는 그는 당초 이질적인 문화를 갖는 두 회사, 즉 온라인의 대표기업 AOL과 오프라인의 대표기업 타임워너간 차이를 줄이면서 통합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만 하면 되는 상황에서 CEO 취임을 수락했다. 미디어 업계에 계속 머물게 되리라고는 본인도 생각 못했고 비즈니스에 대한 주위의 기대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16일부로 세계 최대 미디어 기업 책임자가 되고 당분간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유권자들이 아닌, 비즈니스 세계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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