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함께 선진국가는 길

 ◆이판정 넷피아 사장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최근 보고서는 정부가 통신서비스 관련 다국적기업의 북한 진출에 따르는 대응전략을 수립하지 않을 경우 남북간 통신망 통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런 전망은 두 가지 사실을 내포한다.

 첫째, 그만큼 통일은 요원한 꿈이 아닌 실체적 과정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주어진 민족적 과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 나가느냐에 따라 민족의 미래가 걸려 있다.

 남북경제협력은 단지 협력을 통한 공동이익 창출, 남북간 동질성 회복 이상의 목표를 갖고 있다. 남북이 하나의 경제단위체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단순 비즈니스 목적으로만 움직이는 외국기업들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면 지금보다 적극적이고 활발한 남북경협 성과가 있어야 한다. 이질적인 체제와 시장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치밀한 협력계획 및 수익창출모델 개발, 그리고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협력을 위한 공통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본다. 미국과 인도의 소프트웨어산업 공생관계는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기업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게 된 외부적 요인으로 급성장하는 산업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인도와 같은 아웃소싱 기지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인도의 소프트웨어산업이 눈부신 발전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미국의 투자가 큰 역할을 했다. 인도가 각광받은 이유는 우수 인력도 한몫을 했지만 양국간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은 우수한 기술인력을 갖고 있으며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 이는 우리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요, 남북 공통의 가장 큰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북한이 바세나르협약에 의한 엄격한 통제대상국에서 하루 빨리 벗어날 수 있는 외교적 노력을 남북한 공동으로 기울여야 한다. 특히 북한의 자세 변화와 노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미 구축돼 있는 우리 민족의 공통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바세나르협약은 IT협력을 위해 남한 기업이 북한에 아웃소싱할 각종 장비의 반출을 막는 결정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

 둘째, 남북이 공동의 번영을 누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인적자원의 개발이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공동프로젝트 수행이다.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북측의 연구인력 수준은 높은 편이며 열정 또한 대단하다고 한다. 연구인력이 만나 함께 연구해 공동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경협은 자연스럽게 수익창출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 남한에 이미 구축된 한글 인터넷·e메일 주소를 북한과 함께 구축하고자 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셋째, 서로에게 가장 가까운 특정지역을 개발해 교통 및 통신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물류비용을 점차 개선해나가야 한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가능한 일을 굳이 만나야 하고, 또 일일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자전거로 갈 수도 있는 가까운 거리를 유럽 출장 경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가야 한다면 가격경쟁력이 있겠는가. 이런 상황이라면 남북경제협력은 공염불로 끝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적인 문제 해결에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더이상 남북경협을 미룰 수만은 없는 현실임을 생각할 때 남북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공위성이 중력권에서 벗어나려면 지구 탈출 속도를 내야만 한다. 마찬가지로 남북 공동프로젝트 수행과 그 기반으로서의 통신·교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은 통일로 진입하는 ‘분단탈출 속도’에 추진력을 보태는 소중한 협력작업이 될 것이다.

 머지않은 시기에 남북이 서로 가장 가까운 곳에 초고속인터넷망을 설치하고 함께 IT산업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장이 마련돼 우리 민족에게 천년에 한번 오는 기회라는 정보통신 혁명을 남북이 함께 만끽해보는 기쁨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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