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문제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정부와 채권단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 MOU 동의안이 이사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결렬됐다. 현재로선 마이크론과의 재협상이나 다른 인수처가 나타날 가능성은 낮다. 이젠 ‘독자생존이냐 청산이냐’는 갈림길에서 어려운 선택을 할 시점이다. 향후 하이닉스가 ‘홀로서기’를 위해 풀어야 할 과제와 변수, 그리고 이를 계기로 한국 반도체산업이 나갈 방향 등에 대해 총 5회에 걸쳐 긴급 진단한다. 편집자
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의 메모리부문 매각협상이 끝내 결렬됨에 따라 정부와 채권단은 이제 하이닉스를 독자생존시킬 것인가, 법정관리로 돌릴 것인지, 아니면 청산의 수순을 밟을 것인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어떤 형식을 취하든 칼자루는 정부와 채권단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채권단의 추가 지원 약속 없이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물론 하이닉스측은 최근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없이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보고서를 채권단에 제출했지만 현 상태에서 ‘홀로서기’를 위해선 하이닉스만으론 안된다. 10조원에 가까운 부채와 향후 엄청난 시설투자비를 감당하기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과연 하이닉스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냉정하게 얼마나 되느냐는 점과, 정부와 채권단이 추가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이닉스를 독자생존시킬 충분한 명분이 있느냐는 점으로 압축된다. 그동안 매각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정부와 채권단으로선 ‘독자생존’쪽으로 방향을 튼다면 그에 맞는 ‘명분’과 ‘실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독자생존 가능성 여부는 반도체가격 변동 추이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본다면 하이닉스는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바닥권을 형성했던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 힘입어 하이닉스가 적지 않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128메가 SD램 기준으로 현물시장 평균거래가는 지난해 10월말 0.93달러에서 올 3월초에는 4.31달러로 4.5배나 올랐다.
4월들어 반도체 가격이 조정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지난 30일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128메가 SD램 평균 거래가가 3달러 벽이 무너지는 등 다시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나, 하반기 이후의 시장전망은 상대적으로 밝은 편이다. 다만 미국 등 세계적인 IT경기, 특히 메모리의 최대 수요처인 PC시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변수다.
하지만 IDC·데이터퀘스트 등 세계적인 시장조사기관들은 수치만 차이가 날 뿐 내년까지 메모리 수요 및 가격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세계 IT경기가 회복되면서 PC 보급확대-교체수요 증가-PC당 D램 탑재량 증가 등으로 이어져 2003∼2004년 D램시장이 호황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메모리 가격역시 2003년 중반까지는 128메가 평균가(ASP)가 최소한 3∼4달러대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독자생존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이에 대한 명분도 충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물론 독자생존에 필요한 부담과 국민 혈세 지출을 우려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지만 청산의 부담도 결코 적지 않다. 실직자 문제, 반도체 인프라 붕괴 등 청산으로 인한 사회적·산업적 손실도 너무 크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 “하이닉스의 몰락은 70조원에 달하는 국내 반도체 및 재료·장비업계의 시가총액을 절반 이하로 줄여 결국 산업인프라 자체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이닉스는 또 누가 뭐래도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가 반도체강국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또하나의 축이다. 삼성전자 하나만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지배력을 지금과 같이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전문가들은 “하이닉스는 시장지배력이나 산업영향력 등 여러 면에서 대우자동차와는 분명 다르고 시장만 받쳐준다면 독자생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제부터는 청산이든 독자생존이든 하이닉스 문제를 산업적 논리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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