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IT교류 분야 전문가 모임인 통일IT포럼(회장 박찬모 포항공대 대학원장)의 ‘2002년 4월 월례 조찬토론회’가 25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로즈홀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하나로통신 해외사업팀 소속으로 북한에 파견돼 남북합작 3D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 제작을 실무지휘한 김종세 과장과 페이스의 한동일 애니메이션 감독이 ‘남북합작 3D 애니메이션 제작 사례’를,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의 신필순 정보분석팀장이 ‘제1차 조선컴퓨터소프트웨어 전시회와 향후 전망’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김종세 과장은 “북한 인력들이 기초지식이 높고 응용능력이 뛰어나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 공동제작을 성공적으로 완성할 수 있었고 향후 수익을 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면서 “북한에 남한의 고급 기술력을 전수함으로써 북한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철순 팀장도 주제발표에서 “북한이 해외에서 처음으로 개최한 이번 소프트웨어 전시회에 출품된 제품을 볼 때 일부 분야에서는 그동안 알려졌던 북의 기술력보다 과장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고 평가한 뒤, “기술설명회 및 전시장에서 만났던 북한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볼 때 북한은 해외협력 및 진출에 상당히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평가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애니메이션·소프트웨어 분야 남북 협력사업에서 성과물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야 사업이 확대·발전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 북한 인력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북한의 기초기술과 남한의 상품화 기술·자본이 합쳐진다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주제발표와 토론내용을 간추렸다. 편집자
◇서재진(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최근 가장 관심있는 사항이 임동원 대통령 특보의 방북일 것이다. 대통령 특사의 방북은 남한이 기획·제의한 것을 북한이 수용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은 남한이 제기한 여러 내용들을 잘 경청했다는 후문이다. 대통령 특보의 방북으로 잠시 소강상태에 머물렀던 남북 관계가 풀리면서 남북간에 동해안 도로·철도와 남북경협위원회 개최, 북한의 남한 경제시찰단 등의 합의가 도출됐다. 이를 볼 때 북한은 이번 대통령 특사 방북을 통해 인식을 새롭게 한 것 같다.
◇이경수(한국정보통신기술사협회 남북한 IT교류 협력위원장)=정보통신기술사협회는 최근 남북IT교류협력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계기로 IT분야 전문가들인 기술사들이 남북 IT협력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을 찾아 나가야겠다. 남북간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서 현실적 문제가 제작비용 등이 북한에 가는 것이라고 본다. 남한은 대외적인 차원까지 크게 보고 있으나 북한은 당장의 현금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서 서로 입장이 다를 수 있다. 북측과의 애니메이션 공동제작 비용는 얼마나 들었고 국내 제작비 수준과 비교할 때 어느정도인가. 또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 소프트웨어 전시회에서 제품의 가격은 어느정도 수준인가.
◇김종세(하나로통신 해외사업팀 과장)=국내 제작비용의 95%까지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초기 협상과정에서 우리가 5000달러를 말하면 북측은 1만여달러를 요구하고 나온다.
◇신필순(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정보분석팀장)=이번 전시회에서 평양정보쎈터가 개발한 3차원 설계 소프트웨어 ‘산악3.0’은 110달러, ‘단군’은 50달러였다.
◇한동일(페이스 3D애니메이션 감독)=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게으른 고양이 딩가’ 제작 과정에서 북측은 모션 컨트롤과 배경추가작업, 렌더링작업을 맡았다. 이는 우리가 해외에 애니메이션 제작 외주를 줄때와 똑같은 형태다. ‘게으른 고양이 딩가’는 남북이 어느 부문의 작업을 맡았는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북한의 원화교육 즉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초교육이 예술대학에서 잘돼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기술력 못지 않게 감성이 필요한데 북측도 예술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현재 예술대생들의 비중을 늘렸다. 또 북한의 인력은 당에서 결정하면 되기 때문에 수급이 수월한 것 같다. 특히 중국 인력들의 경우 5시 이후에는 퇴근을 바로 하는데 반해 우리와 같이 일한 북한 인력들은 밤샘작업을 하고 납기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편 북측과 제작비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했다. 그런데 북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남한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물어 보는 게 아니라 확인하는 차원이다. 우리가 가격을 제시하면 뒷조사를 한다. 그리고 ‘남측에서는 얼마를 받으면서 왜 우리는 이 정도만 주느냐, 우리도 남한과 퀄리티가 비슷한데 왜 싸게 주느냐’고 말한다. 따라서 협상 자체가 상당히 어렵다. 북측도 지속적으로 사업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
◇김종세=평양 삼천리총회사 건물의 1층에서는 스플리터 임가공 사업을, 2층에서는 애니메이션 사업을 하고 있다. 모두 애니메이션 사업은 꼭 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최성모(문화콘텐츠진흥원 콘텐츠개발본부장)=국내에서도 과거에 애니메이션의 창작보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주로 했었다. 북한이 애니메이션 OEM을 하는데 있어서 가격조건이 조금은 안 맞는 지역이기도 한데 북한이 창작 쪽으로 가도록 협조해야 하는 게 아닌가.
◇김종세=사업초기 북한에 TV용 원화를 가지고 갔더니 ‘이런 셀 애니메이션을 왜 하냐면서 3차원 애니메이션을 하겠다’고 했다. 북한은 중국·베트남 등에 비해 기술이 뒤떨어진 것을 아니까,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한동일= 애니메이션 OEM 견적면에서 남한이 북한보다 더 싼데도 많다. 북한도 가격을 낮춰야 한다. 한편으론 남북 애니메이션 공동제작의 성과물이 계속 나오고 이런 성과물들이 북한과 공동제작한 것이라는 포장도 잘돼야 한다. 따라서 북한과의 애니메이션 사업에서는 여러가지 면을 고려해야 한다.
◇김주진(KT 통신망연구소 실장)=북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들이 북한내 TV에 방영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 남한의 애니메이션 개발업체들이 북한을 동반자 입장보다는 하청대상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데 북한을 동반자의 위치에 놓고 콘텐츠 자체를 전달해주고 북한 TV에 방영되도록 방향을 가지고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김종세=최근 방북시 ‘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북한내 상영 애기를 꺼낸 바 있다. 그러나 북측 관계자는 ‘그런 문제는 당에서 결정하는 것이므로 말도 꺼내지 말라’고 했다. 북한 인민들이 이를 보고 어떻게 감당할까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남한과 같이 제작했다는 것은 문제가 안되는데 오히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배경이 자기들의 생활방식이나 사고와 차이가 있는데서 혼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동일=실제로 극중의 주인공 ‘게으른 고양이 딩가’의 ‘생활수준’이 매우 높다. ‘톰과 제리’를 북한 방송에서 방영했다는데 어느 정도 내용은 걸른 것 같다. 한편 북한에서 제작 작업을 하다보면 대낮에도 몇번씩 정전이 된다. 그래서 발전기를 북에 가지고 가서 사용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작업이 북쪽 말대로 전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북쪽도 상당한 성의를 보여주고 있다.
◇서재진=북한의 인터넷 사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박찬모(포항공대 대학원장)=인트라넷과 방화벽에 대한 연구는 마지막 단계에 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중국 심양에 개설한 ‘실리뱅크’를 통해 평양과 e메일은 주고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포항공대와 평양정보쎈터가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가 통신이다. 지난 1월 방북시 평양정보쎈터 관계자가 개발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문의를 해와서 중국 단둥에 있는 하나프로그람쎈터를 통해 답을 보내기도 했다. 이번 베이징 전시회에서 만난 북측 관계자에게 인터넷이 언제 될 것 같냐고 물어보니 ‘곧 되겠죠’라고 답했다. 북한의 과학자들은 인터넷이 되기를 원하고 있다. 최종 결정은 당에서 나올 것 같다.
◇구해우(SK텔레콤 동북아협력팀장)=북한은 지금까지 극소수의 제한적인 사람들만이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전화모뎀을 이용한 방식이다. 이달부터 평양과 단둥간에 광케이블망 구축돼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범위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들었다.
◇박찬모=베이징 전시회에서 북한 관계자들의 명함을 받았는데 휴대폰 번호와 비슷한 숫자가 적혀 있었다. 북한내 휴대폰 현황은 어떤가.
◇김종세=지난번 방북시 북한 관계자로부터 이동전화 개통 준비가 돼가고 있다고 들었다. 기지국 설치를 위한 준비 의향도 내비쳤다.
◇구해우=북한이 태국 록슬리사와 함께 나진·선봉지역에 무선 통신망을 구축하고 있고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GSM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에서는 북한이 GSM 방식으로 가면 향후 남북간 기술표준·주파수 문제 등이 야기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다. 평양지역에서는 아직 이동전화가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지 군사용으로 무전기 비슷한 것을 특정 범위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신의주·도문 등 국경지방에서는 중국의 휴대폰으로도 통화가 되니까 보따리 무역상들이 이를 가지고 북에 가서도 사용하고 있다.
◇박찬모=최근 평양에서 인터넷복권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된 훈넷의 김범훈 사장이 보내온 e메일을 받았는데 실제로 평양에서 보낸 것인지 궁금하다.
◇구해우=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과 중국 사이에 놓인 광케이블망을 이용해서 e메일을 외국에 보내고 있다.
◇이판정(넷피아닷컴 사장)=남북 협력사업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비용문제다. 우리가 언제까지 꼭 중국을 거쳐가야 하는가. 남북이 협력해 접촉창구를 나진·선봉·개성 등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기업가들이 방북을 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기업가들은 시간이 중요한데 정부차원에서 남북간 직교류를 위한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구해우=정부에서는 올해 안으로 경의선을 개통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경의선 등이 개통되면 그러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최성모=남북 협력사업에서 중요한 게 가격과 교육문제인데 오늘 토론회는 현실적인 성과물을 가지고 논의를 해서 좋은 자리였다. 이를 바탕으로 남북 IT협력 사업을 잘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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