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1000` 시대 앞둔 증시 주가양극화 원인과 전망

 삼성전자와 LG마이크론, 케이씨텍 등이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힘찬 주가행진을 벌이고 있다. 반면 코스닥시장에서만 62개 IT업체들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끝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코스닥시장 신저가는 모두 81개 종목으로 전일 45개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일부 고공비행하는 IT업체들의 주가는 연일 고도를 높이는 반면 바닥을 모르는 IT업체들의 주가는 계속 수를 더해간다. IT업종내 이같은 주가 양극화의 원인은 무엇이며 또 끝은 어디인가.

◆최근 거래소에선 삼성전자를 위시해 52주 신고가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장중에 37만10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후 어닝 시즌 최대의 돌풍을 일으키며 연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지난 3일에는 종가 기준으로 40만4000원에 오르며 최고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일시적 조정기를 거쳤으나 11일부터 사상 최고의 분기 실적을 발표한 1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갖가지 진기한 주가기록을 낳았다. 급기야 22일과 23일에는 장중에 각각 41만7000원과 42만8000원까지 상승,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이자 사상 최고 주가 기록을 세웠다.

 삼성전자의 주가 견인에 힘입어 삼성그룹 정보기술(IT) 군단의 52주 신고가 행진도 이어졌다. 삼성전기는 지난 22일 장중 8만9900원에 올라 52주 신고가를 작성했으며 삼성SDI도 22일 장중 13만30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삼성전기와 삼성SDI는 각각 사상최고치에 육박하는 1분기 실적결과를 바탕으로 주가 급등의 기회를 틀어잡았다.

 LG전자도 분할후 첫 거래일인 22일 장중 6만5300원의 신고가 기록을 작성하며 산뜻한 출발을 보여줬다. 23일에는 전날의 주가 강세에 대한 부담감으로 전날보다 8.70% 빠진 5만8800원으로 내려앉았다. 전자부품업체인 케이씨텍도 23일 장중 8450원까지 오르며 지난 19일 기록한 8330원의 52주 신고가 기록에서 120원 올려놓았다.

 이틀째 폭락 장세를 보인 코스닥시장에서도 LG마이크론 등이 52주 신고가를 기록, 눈길을 끌었다. LG마이크론은 23일 장중 3만5500원까지 상승해 지난 17일 이후 4거래일만에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지수 1000시대를 논하는 주식시장에서도 최근 신저가 종목들이 속출하고 있다.

 23일 거래소시장에서는 17개, 코스닥시장에서 81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특히 코스닥시장은 거래종목 가운데 10%에 해당하는 종목들이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최근 코스닥시장에 부는 찬기운을 반영했다.

 신저가 정보기술(IT)종목들 가운데는 우선 최근 주가조작이나 대표이사가 구속된 지이티·유니와이드 등 종목들이 대거 포함됐다. 또 인수개발(A&D)기업에 대한 조사 확대 방침속에 가오닉스와 모헨즈 등 한때 증시를 뜨겁게 달궜던 A&D 테마주들도 신저가를 기록중이다.

 업종별로는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통신장비들의 주가 침체가 두드러졌다. 이네트·피코소프트·한국정보공학·인디시스템 등 등록 당시 시장의 소프트웨어 대표주로 꼽히던 종목들이 52주 신저가로 주저 앉았고 강력한 보안 테마의 주인공였던 인젠·하우리·장미디어·싸이버텍 등과 영우통신·아이티 등 통신장비주들도 신저가를 기록중이다.

 반면 거래소 IT주 가운데는 부도 처리된 메디슨과 분할 상장된 LG전자 등만이 신저가를 기록해 코스닥 종목들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정수 신한증권 연구원은 “신저가 종목들은 대부분 1분기에도 실적 개선이 없거나 주가 조작 등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큰 문제없이 동반하락한 종목들은 향후 빠른 주가 회복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종목들도 많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일부 IT종목들의 잇단 신고가 출현과 반대로 신저가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증시 전문가들은 IT종목의 양극화는 무엇보다 실적이 가름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실적을 앞세운 대형 IT주들이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세장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지난해 기대 이하의 실적을 기록한 중소형 IT주는 상대적 약세를 보이며 횡보 또는 하락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고가의 경우 실적 장세에서 수출과 내수에 바탕을 둔 대형 IT주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쉽다. 그러나 신저가 종목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진한 코스닥시장과 분리해 해석할 수 없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상대적 소외는 일부 실적 개선 종목에 집중 투자되는 현상을 보여 철저한 종목 선별 장세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코스닥시장 내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투자대상인 시가총액 상위업체나 실적개선 종목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거래소를 부양하기 위해 투자했던 기관들의 투자자금 한계도 코스닥시장 견인의 한계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증시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또 최근 잇따라 터진 주가조작 사건 등 비리사건들이 대부분 코스닥시장 등록업체들로 신뢰감을 잃었고 퇴출 등 부실기업 정리에 대한 금융 당국의 강력한 의지로 투자자들은 더욱 개별종목 위주의 투자패턴을 보일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주변종목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주가약세는 물론 신저가 종목의 출현 역시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세중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강세장에선 핵심주를 바라보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기 때문에 주변주에 관심을 둘 여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며 “코스닥내 저가 종목이 관심을 끄는 시기는 지수 상승에 한계를 느끼는 즈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재의 강세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3분기 이후에나 이들 저가 종목이 관심의 대상이 될 것”이라며 “당장 코스닥 IT종목의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찾기 어려운 만큼 차별화 장세가 해소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한해 반등을 기대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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