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 산하 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게임 사전심의를 전면적으로 실시키로 방침을 정하자 이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정보통신부 및 정보통신윤리위원회 등이 반발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둥위)는 27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하 음비게법)’에 따라 온라인게임물에 사전등급분류를 전면적으로 실시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그동안 온라인게임 심의를 주관해온 정통부 및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법적 근거도 없이 문화부가 월권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게임 심의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둘러싸고 두 부처간 공방이 심화될 전망이다.
◇법적 근거 공방=영등위는 온라인게임 심의와 관련한 법적 근거로 음비게법을 들고 있다. 특히 음비게법 제2조(정의) 3항에 명시된 게임물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며 온라인게임도 게임물에 포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음비게법 제2조는 게임물을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및 기기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 및 정통윤리위는 이 같은 정의에는 오프라인에서 유통되는 게임물에 관한 부문만 명시돼 있을 뿐 온라인게임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통윤리위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7조(정통윤리위 임무) 2항에 명시된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공개를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에 대한 심의 및 시정 여부’를 법적 근거로 내세우며 온라인게임 심의는 정통윤리위의 권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영등위가 제시하는 음비게법 제2조 3항에는 ‘다른 법령의 규정에 규율대상이 되는 것은 제외한다’는 예외조항이 있는 만큼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율하는 온라인게임을 음비게법상 게임물에 포함하는 것은 법적으로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정통윤리위의 한 관계자는 “음비게법에 명시된 영상물 및 기기라는 단어는 명백히 오프라인 게임물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문화부가 자의적으로 법을 해석해 심의주관 기관인 정통윤리위와 별도로 심의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지나친 월권 행위”라고 지적했다.
◇법적 재정비 시급=영등위가 ‘온라인게임 사전심의 강화 방안’을 발표하게 된 이유로는 그동안 온라인게임에 대한 사전심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폭력 및 사행성 등 청소년에게 유해한 온라인게임 무방비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영등위는 오는 5월까지 사전등급분류 대상 게임을 확정하고 6월부터 사전등급분류를 전면적으로 실시, 유해 온라인게임에 대한 청소년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영등위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정통윤리위가 이미 사후심의를 시행하고 있는 것을 인정해 정통윤리위의 심의를 거친 온라인게임에 대해서는 이중심의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기존 심의를 거친 게임이라도 새로운 패치버전이 이뤄지는 경우에는 사전등급분류를 받도록 할 계획이다. 하지만 영등위와 정통윤리위가 제시하는 법적 근거가 배치되는 데다 그동안 심의기관이 나뉘어 있음으로써 빚어진 혼선이 영등위의 심의 강화 방침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게임 심의를 둘러싸고 심의기관을 일원화하는 등 법적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특히 음비게법이 정의하는 게임물의 정의가 온라인게임에 대한 내용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지 않은 데다 전기통신사업법에 규정된 조항도 애매해 심의 주체가 양분되는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심의의 경우 온라인게임이 양산하는 역기능으로 게임산업 전체가 타격을 받는 것을 미리 차단하자는 취지에서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문제는 심의기관이 영등위와 정통윤리위로 나뉘어 있고 심의 기준도 제각각이어서 심의 자체가 제 기능을 잃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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