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GHz 대역 주파수 활용 `공조` 깨고 KT-하나로 `제 갈길 가나…`

 

 무선가입자망(WLL:Wireless Local Loop) 주파수인 2.3㎓대역 주파수 회수문제를 놓고 정보통신부와 이미 주파수를 할당받은 통신사업자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공동보조를 취해온 기존 사업자인 KT와 하나로통신 간 공조에 균열조짐이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두 회사는 그동안 WLL 주파수대역이 차세대 초고속 무선인터넷서비스의 핵심이슈로 등장함에 따라 올들어서는 사업제휴와 시연회를 갖는 등 이 부문 사업을 위해 주파수 대역의 종주권을 강도 높게 주장해왔으나 최근들어 KT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반면 하나로는 주파수재활용 방침을 밝힌 정보통신부의 방침에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했다.

 ◇KT의 입장 바뀌었나=KT는 이달 중순 일본 교세라와 협력관계를 맺은 LG전자와 공동으로 2.3㎓대역을 활용한 초고속무선데이터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키로 하는 협약서를 교환, 이달 안으로 시험시스템을 구축해 상용화 준비를 완료한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특히 하반기에는 2Mbps급 무선데이터서비스 상용화 준비를 마치고 내년부터는 상용화서비스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하나로통신은 지난달 말 일본 초고속무선인터넷 시스템 장비업체인 교세라와 2.3㎓대역 초고속 무선인터넷서비스 상용화와 세계화 공동추진, 시스템 공동개발, 4세대 유무선통합시스템 기술개발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우선 내년 상반기에 현재 1Mbps급인 2.3㎓대역 초고속무선인터넷 서비스 속도를 2Mbps급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같은 두 업체의 잇단 발표는 이미 2.3㎓대역 주파수의 확보가 차세대 무선인터넷 서비스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시사하는 것으로 이미 재활용 방침을 밝힌 정통부를 상대로 기존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받겠다는 취지가 강했다. 정통부는 지난 97년 2.3㎓대역 주파수를 KT·하나로에 분배했으나 두 업체가 경제성을 이유로 해당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고 방치하자 주파수 재활용 방침을 이미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주파수 재활용 방침에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는 하나로와 달리 KT는 최근 정부의 2.3㎓대역 주파수 재활용 방침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LG전자와 전략적 협력관계까지 맺고 서비스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해 놓고도 정작 정통부가 주파수 재활용 방침을 재천명하자 이를 수용하겠다고 나서는 등 불분명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KT관계자는 “LG전자와 협력관계를 맺은 것은 WLL의 상용화에 대비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다”며 “이는 정부가 주파수를 회수해 재분배하든, 기존에 할당한 주파수 사용을 허용하든 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T의 입장선회 배경=그렇다면 KT가 왜 기존의 입장을 바꿨을까. 우선 민영화를 앞둔 KT로선 정통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인터넷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WLL의 주파수대역 확보가 필수적이기는 하지만 현재 최우선 과제인 민영화를 앞두고 KT와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봤자 득보다는 실이 클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정통부의 주파수 재활용 방침이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이후의 차선책을 강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2.3㎓대역 주파수가 시내전화의 백업용도라는 점이다. 따라서 이미 산간벽지까지 자가망이 깔려 있는 이상 비상백업용으로 받아둔 WLL을 반납한다 해도 크게 손해날 게 없다는 판단이 섰으리라는 추측이다. 또한 하나로가 정통부와 싸워 기존의 권리를 찾는다면 KT로서는 어부지리로 득을 볼 수 있고, 설혹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주파수 재분배 결정을 내리더라도 새로 신청해 받으면 된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의 선택과 전망=하나로는 2.3㎓대역 주파수 권리에 대한 입장을 다양하고도 적극적인 방법으로 펼쳐나갈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는 기존에 할당받은 WLL 주파수가 무선가입자망으로 할당된 것이므로 초고속인터넷서비스용으로 활용한다하더라도 별도의 역무변경 허가는 받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또 사업권의 대가로 450억원을 일시출연금으로 납부한 바 있어 WLL 주파수 사용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더구나 KT가 국내 초고속인터넷시장의 50%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WLL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나로는 현재 법률검토까지 마친 상태여서 경우에 따라서는 법정소송으로 비화할 소지도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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