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신문에서, 지하철에서 월드컵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기 시작한 월드컵 광고열기는 월드컵이 7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그 열기를 더해 연일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빛깔들이 화면을 장식하는가 하면 지하철에서도 역동적인 축구선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물론 이동통신, 의류, 스포츠용품, 식음료 등 전 분야의 거의 모든 업체가 월드컵 열기를 매출증대로 연결시키기 위해 경쟁적으로 축구를 소재로 한 CF를 제작 방영하거나 기획에 나섰다.
이에 따라 광고산업 또한 유례 없는 호황기를 맞고 있다. 방송광고만 보더라도 월드컵 관련 추가재원이 1500억원 정도로 이는 기존 방송광고 물량의 8%에 이르는 것이다. 여기에 인쇄광고 및 기타 매체비 그리고 관련 제작비까지 망라하면 월드컵 관련 광고비만 5000억원 이상에 달하며 이는 국내 총 광고시장의 10%에 육박하는 수치다.
스폰서십을 갖고 있는 기업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기업에게 월드컵은 마케팅면에서 큰 기회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 같은 월드컵 시장을 잡기 위해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기업들은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파트너로 선정된 현대자동차, 한국통신, 맥도널드, 아디다스 등 15개 공식 후원사들이다. 이들은 작년 조추첨 행사가 열린 부산전시컨벤션센터에 부스를 설치한 데 이어 아디다스 등 일부 회사는 부산시내 가두 캠페인까지 실시하는 등 광고·홍보에 모든 채널을 동원하고 있다.
광고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은 TV브라운관으로 공식 후원업체의 시선잡기에 치열하다.
현재 월드컵 광고를 가장 활발히 하고 있는 곳은 KT. 자회사인 KTF가 지난해 상반기에 일찌감치 인기 탤런트 원빈을 내세워 축구를 소재로 한 CF를 제작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중 추가 광고를 만들 예정이다.
한국후지필름은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김희선을 수천명의 월드컵 응원 군단과 함께 내보냈다. 월드컵 캠페인 광고 ‘파도타기’ 편은 한국후지필름이 한국팀 16강 진출을 기원하는 뜻에서 특별히 마련한 것이다. 김희선의 ‘월드컵 가자’라는 깜찍하고 발랄한 프로포즈로 광고가 시작되면 뒤이어 ‘펑’소리와 함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고, 화면은 점차 뒤로 빠지면서 색다른 월드컵 응원을 보여준다. 이는 다름 아닌 카메라 플래시로 연출하는 화려한 카메라 플래시 파도타기 응원이 바로 그것이다.
현대자동차는 홍보대사로 유럽축구 영웅인 요한 크루이프를 위촉하고 국가대표 서포터스 클럽인 붉은악마가 주최하는 캠페인 광고 ‘열두번째 선수가 됩시다’에 3억원을 지원했다.
JVC코리아는 월드컵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인다는 목표로 다양한 월드컵 관련 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JVC코리아는 지난 2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TV 광고 ‘월드컵’ 편을 월드컵 경기가 시행되는 올 6월까지 지속적으로 내보낼 예정이다.
JVC의 월드컵 광고는 축구장을 배경으로 역동적인 경기 장면을 디지털캠코더에 생생하게 간직하려는 관람객의 모습을 리드미컬한 음악과 함께 담아내고 있다.
특히 열심히 공을 몰아가는 선수들의 몸놀림, JVC 디지털캠코더를 손에 쥔 관람객들의 손놀림 그리고 음악이 삼위일체로 표현된 것은 월드컵 경기의 한 장면조차도 놓치고 싶어하지 않는 2002 월드컵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과 열정을 강조하고자 한 것.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은 축구를 소재로 한 광고에 적극적이다.
SK그룹은 새 TV CF ‘행복이 큰 나라-축구’ 편을 방영하고 있다. ‘행복이 큰 나라-축구’ CF는 지금까지 국가대표 선수들이나 붉은악마 응원단의 이미지를 활용한 월드컵 관련 광고와 달리 아버지와 아들을 등장시켜 16강 진출을 기원한다. 특히 ‘미국보다 유럽보다 우리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는 카피는 우리와 같은 D조에 속해 있는 미국, 포르투갈, 폴란드를 은연중에 암시하고 있어 시청자들의 귀를 솔깃하게 한다.
스피드011은 2002년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하기 위한 활동의 일환으로 붉은악마의 ‘Be the Reds’ 캠페인을 공식적으로 후원하여 홍보광고 제작 및 프로모션 활동 등의 4천만 축구사랑 캠페인을 펼쳐나가고 있다. 이번 광고는 그때 당시 채택된 응원을 국민에게 알리고 전국민이 월드컵 16강에 진출을 한 마음으로 응원할 수 있도록 영화배우 한석규를 응원 선생으로, 붉은악마는 조교로 캐스팅해 만들어졌다.
‘붉은악마 응원, 여러분도 따라 해보세요’라는 한석규의 어설픈 듯 하지만 아주 진지하고 힘이 넘치는 응원 리더가 시작되고 붉은악마 회원들이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밖에 틈새광고시장을 공략하려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FIFA는 카테고리별로 후원사를 선정, 광고시장에서 특권을 부여했지만 비공식 후원사들도 월드컵에 참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2002월드컵방송준비단(코리아풀)이 갖고 있는 TV 스폰서십권리다.
이에 따라 비공식후원사도 월드컵 중계방송에 자막과 멘트를 삽입하는 협찬 광고에 참가할 수 있다. 현재까지 비공식후원사로는 SK텔레콤과 대교가 코리아풀의 협찬 광고에 참여했으며 현대자동차와 KT 등 공식후원사까지도 경쟁사가 참가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협찬 광고 스폰서로 나섰다.
한편 이번 월드컵을 앞둔 광고계에 축구선수들을 대거 기용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공식스포츠음료인 파워에이드는 축구선수 송종국과 최태욱을 모델로 CF를 촬영했다. 특히 송종국은 이미 월드컵을 겨냥한 코카콜라와 리바이스의 광고 모델로 선정됐으며 최태욱은 그룹계열사인 LG전자의 VCR 광고를 찍기로 계약을 마쳤다.
‘차붐 주니어’ 차두리는 미주원정에서 뛰어난 기량으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아 FIFA의 공식파트너인 코카콜라의 모델로 뽑혔다.
히딩크 군단의 황태자라 불리는 송종국도 차두리, 최용수와 함께 코카콜라 CF에 출연하고 리바이스와도 계약을 맺어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대표팀 MF 송종국이 최근 지하철 6호선에 등장했다. 지난달 송종국과 지면광고 계약을 체결한 의류업체인 리바이스는 6호선 열차의 겉면 전체를 송종국이 슈팅하는 장면으로 장식했다. 특히 6호선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을 경유하는 유일한 지하철 노선이어서 월드컵 구장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시원하고 역동적인 장면을 제공할 예정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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