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회 체제를 놓고 옥상옥이라고 비난하던 것은 이제 진부한 옛날 말이 됐습니다. 3개 연구회 직원을 합쳐 10여명에 불과한데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과학기술부의 1개 과만도 못한 조직으로 연구회 산하 이공계 80개 출연연의 2만3770명을 제어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화학연구원에 근무하는 K씨의 말이다.
정부가 바뀌면 말많은 연구회는 폐지되고 말 것이라는 말도 출연연을 중심으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연구회는 지난 3년을 돌아보고 반성할 것은 반성해야 합니다. 연구회가 출연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임무를 갖고 출범했지만 국무총리실의 예산 지배력에 끌려다니며 주체성 없는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표준과학연구원 L씨의 말처럼 연구회는 그동안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연구회의 예산집행권과 자율성 부재라고 할 수 있다.
정부 측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연연 기관 고유사업인 기본연구사업비를 분배하는 것이 자율성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연구사업비는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문화나 특성화가 어렵고 각 부처 수탁연구사업의 의존도가 여전히 심화되고 있다. 실제 2000년도 기관 고유사업 예산 비율은 18%에 불과한 반면 정부 수탁사업의 비중은 62%에 달하고 있다.
또 예산을 따기도 만만치 않다. 사업·예산 심의는 출연연을 통해 연구회와 국무조정실을 거쳐 기획예산처까지 가야 하는 4단계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예산 시즌만 되면 출연연의 예산담당자 대부분이 서울에 여관을 잡아놓고 살다시피하고 있다.
특히 연구회 이사장의 권한을 보면 답답할 뿐이라는 것이 출연연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정부가 출연연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영혁신을 추진할 때 연구원들은 국가 과학기술계의 연구 분위기 침체를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이제야 출연연을 살리겠다고 사기진작책을 내놓는 정부의 모습을 보면 연구회가 중간에서 과연 무슨 역할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뿐입니다.”
이 같은 출연연 관계자의 지적대로 연구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상급기관의 지시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현 연구회가 바로잡아야 할 문제점이다.
연구원간 인력 교류의 장벽도 제거돼야 한다. 현재 각 출연연은 독립법인으로 돼 있어 제도적으로 인력 교류를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과제별로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이합집산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연구회가 벤치마킹한 독일의 경우 연구 조직의 5% 정도가 매년 없어지거나 생기고 있으며 연구회의 인력 공모를 통해 원활하게 자리를 옮길 수 있는 통합법인으로 돼 있다.
연구회 이사장 선출방법 또한 논란의 대상이다. 연구회 이사장 선출방법 및 법적 근거를 지난해 말에야 내부규정으로 정할 만큼 소극적으로 추진해온 데다 연구회 산하 출연연구기관장의 선임은 공모제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반면 장관급인 이사장은 이사들의 추천과 국무총리 재가에 따라 선임된다.
이같이 연구회 이사장을 추천에 의한 비공개 방식으로 선출하는 것은 공모제로 선출된 출연연구기관장과의 위상 차이로 신임이나 신뢰도가 떨어져 업무 집행의 권위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연구회 관계자는 “정부가 이사장을 임명하고 정부의 대리인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자율적인 부분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2기 체제에서는 이런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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