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아, 춘아, 옥단춘아, 네 아버지 어디 갔니? -민음사 펴냄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을 분리해서 생각할 때 비로소 결단을 통한 행동과는 별개의 관용의 세계가 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생각하는 것이 옳고 이외의 사람들은 다 나쁜 사람들이 되는 차원을 벗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가령 A, B, C, D가 있을 수 있는데 어떤 종류의 고찰을 통해서 A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 B를 선택한 사람과 투쟁관계 속으로 들어가겠지요. 행동의 세계는 결단과 선택의 세계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투쟁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현실 속에 여러 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상대방의 선택을 하나의 대안으로 받아들임으로써 나중에 관용성이 생길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메모: 유연성, 융통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워낙 변화의 속도가 빨라 아차 했을 땐 이미 뒤져 있기 십상이다. 어떠한 상황에 부닥치든 상황에 맞게 처신할 수 있는 능력이 그래서 중요하다. 생각함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모 아니면 도’라든가 ‘흑백논리’에 사로잡혀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갖게 되면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때론 적과의 동침도 감수해야 하는 ‘합종연횡의 시대’에 부적응자로 낙인찍히게 된다. 더구나 나와 같은 사고를 하지 않는 사람을 투쟁의 대상으로만 바라봐야 한다면 그 가슴은 얼마나 썰렁하고 쫓길 것인가.
어떤 곳에 가기 위해서는 버스나 기차, 자전거나 자가용을 이용할 수 있고 배나 비행기를 타거나 걸어서도 갈 수 있듯이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택할 것이냐, 어떠한 것이 가장 효율적이냐는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걷고 싶어도 다리를 다쳤다면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하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게 최선의 상황이더라도 궂은 날씨 때문에 비행기가 이륙할 수 없다면 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러기에 혹 지금 우리가 저마다 나의 생각, 나의 입장만을 고수하며 다른 이들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다. 각자가 처할 수 있는 상황이나 선택의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다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선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좀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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