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랜드코리아 최기봉 사장 kbchoi@borland.com>
지금부터 25년 전 신입사원 시절을 회상해 볼 때 그때의 에피소드가 아직도 옛 동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다. 그때 프로젝트에 처음 투입돼 밤낮없이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나는 프로젝트의 중간 결과를 프레젠테이션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동료와 선배들은 좋은 기회니까 잘 할 수 있을 거라며 기대해 보겠다고 힘을 실어주었다.
밤낮을 준비하고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다 외워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졌다. 그러나 역시 프레젠테이션의 불문율인 데모에서의 버그는 그날도 우리를 피해 가지 않았다. 나름대로 별 탈 없이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데모 프로그램을 띄웠는데 도통 프로그램이 뜨지 않는 것이다.
동료들은 모두 긴장어린 눈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고, 나 역시 와이셔츠는 땀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그때였다. 우리의 고객인 전산담당 임원이 웃으면서 입을 였었다. “오늘도 역시 데모의 원칙이 적용되나 봅니다. 자! 잠시 커피 한 잔 하고 다시 시작하죠”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썩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밖으로 나가면서 한 마디씩 거들었다.
우리는 초긴장 상태로 다들 시스템만 멍하니 쳐다봤다. 그때였다. 아까 커피 한 잔 하자고 말을 꺼낸 전산담당 임원이 한 손에 자판기 커피를 든 채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젊은 친구가 대단한데, 발표도 아주 좋았고, 괜찮아요. 원래 불문율은 지켜줘야 하는 의무사항이니까”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위로 올린 채 커피 한 잔을 건네주었다.
나는 어리둥절해했고 엉겁결에 커피를 단숨에 들이켰다. 다시 프레젠테이션은 시작됐고, 데모는 다음에 하기로 약속을 하고 마무리됐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모두들 안도의 숨을 내쉬고 있을 때, 악수를 청하는 손이 내게 다가왔다. 아까 웃음을 보내준 임원이었다. “잘 하던데요. 기억하고 싶은 프레젠테이션이었습니다”는 말을 남기면서 말이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긴장이 되는 듯 하지만, 그때의 웃음 띤 미소의 주인공을 떠올리면 창밖을 보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이제 내가 어떤 이의 신입사원 시절의 잊혀지지 않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때의 그 사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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