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분야 차세대 비즈니스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가입자 기반이다.
“네트워크는 빌려 쓸 수 있지만 가입자 기반은 불가능합니다. 가입자 기반은 마케팅의 결과이자 새로운 마케팅의 출발점입니다.”(LG텔레콤 남용 사장)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입자 기반의 중요성에 대한 견해는 다른 통신사업자 CEO들이라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CEO들의 견해가 정확하다면 가입자 기반이 차세대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로 작용할 것은 자명해 보인다. 2세대 가입자 기반이 3, 4세대로 이어지며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서도 요긴하게 사용될 것을 의미한다.
◇가입자 기반은 무엇인가=통신업계가 가입자를 기반, 즉 인프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전의 일이다. 그간 가입자는 통화를 유발, 사업자에게 수익을 가져다 주는 ‘수익의 원천’으로 인식돼 왔다. 이른바 가입자를 숫자로 따져 경쟁하는 개념이 바로 그것이다.
90년대 국내 통신사업에 경쟁이 도입돼면서 사업자들이 단말기 보조금, 혹은 각종 할인제도를 통해 극한의 마케팅 경쟁을 벌여온 것도 가입자수가 수익의 원천으로 생각했기 때문. 사업자들은 비록 현재는 엄청난 가입자 모집비용을 들여 유치하지만 향후 통신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유발하는 요금으로 충분히 투자비용을 상쇄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입자 기반 인식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입자 기반에 대한 사업자 인식은 바뀌기 시작했다.
현재의 가입자 기반에 대한 인식은 가입자 통화수익은 물론 이를 통한 다양한 사업을 벌일 수 있다는 가입자 역할 증대론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한 사업은 단순한 형태의 데이터 서비스에서부터 e비즈니스를 활용한 수익극대화를 포함한다. 단말기를 보유한 가입자가 통신상에서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통화와 거래를 하면서 발생하는 모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확대된 가입자 기반의 의미다.
◇빌링시스템의 중요성 부각=가입자 기반이 확대되면서 사용자로부터 통화요금, e비즈니스 구현에 따른 요금 징수의 필요성도 더불어 증가했다. 차세대 통신사업에서 빌링시스템의 중요성은 국가산업 인프라인 도로망과 비교하면 명확해진다.
우선 국가개발계획에 고속도로망이 확충된다. 고속도로 주변에 각종 산업, 상업, 유통, 농업, 주택단지가 건설된다. 이들 단지는 별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도로망을 통해 매우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도로망으로 연계된 각 산업은 개별산업으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구조로 이해된다.
영업사원이나 개발된 제품이 바로 도로를 통해 이동한다. 자동차, 자전거, 도보로 이동하더라도 결국 도로망과 연계돼야 정보, 물류, 인적자원의 이동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고속도로 등 각각의 도로는 이들 각 산업부문을 연결하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는다. 여기서 빌링시스템은 고속도로 곳곳에서 이동차량의 요금을 징수하는 톨게이트다.
통신사업자의 빌링시스템은 고속도로와 유사한 통신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이를 통과하는 각종 정보에 대해 가입자별로 요금을 징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고속인터넷은 물론 일반전화, 무선랜, 이동전화, TRS 등 국내 유무선통신에서 교환되는 정보도 징수대상이다.
도로공사는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톨게이트를 구축했지만 사업자는 시내외전화, 초고속인터넷, 이동전화 등 전 네트워크에 빌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산업 모든 분야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차세대 비즈니스에서 통신사업자의 빌링시스템은 이같은 점 때문에 의미가 커진다.
◇통신사업자 가입자 기반 확보가 관건=그렇다면 통신사업자와 카드회사,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가입자 기반은 어떻게 다른가. 본질은 도로, 즉 네트워크 보유여부에 따라 갈라진다. 카드회사, 인터넷 포털사이트 가입자 기반은 다른 카드회사, 다른 포털로 이동하기가 매우 간편하다. 반면 통신사업자의 가입자는 번호이동성이 도입되지 않는 한 한번 선택한 가입자와 영구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카드사, 인터넷 포털사이트 가입자는 대체할 수 있는 빌링시스템이 있지만 통신사업자의 빌링시스템은 대체수단이 거의 없다. 일부 통신사간 업무제휴를 통해 통합빌링시스템을 구축하려 하지만 궁극적인 빌링시스템을 보유한 사업자는 통신서비스 회사다. 통신서비스 사업자에서 ‘통신’은 네트워크 구축을, ‘서비스’는 네트워크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를, ‘사업자’는 빌링시스템을 의미한다. 통신사업자를 사업자로 존재하게 만드는 이유는 바로 각종 요금을 징수할 수 있는 빌링시스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 정보와 빌링시스템, 네트워크를 보유한 회사가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차지할 것이라는 가능성은 이제 현실로 바뀌고 있다. MS와 KT의 제휴, 통신사업자간 통합, 이합집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재계가 가입자 기반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많이 본 뉴스
-
1
모토로라 중저가폰 또 나온다…올해만 4종 출시
-
2
단독개인사업자 'CEO보험' 가입 못한다…생보사, 줄줄이 판매중지
-
3
LG엔솔, 차세대 원통형 연구 '46셀 개발팀'으로 명명
-
4
역대급 흡입력 가진 블랙홀 발견됐다... “이론한계보다 40배 빨라”
-
5
LG유플러스, 홍범식 CEO 선임
-
6
5년 전 업비트서 580억 암호화폐 탈취…경찰 “북한 해킹조직 소행”
-
7
반도체 장비 매출 1위 두고 ASML vs 어플라이드 격돌
-
8
페루 700년 전 어린이 76명 매장… “밭 비옥하게 하려고”
-
9
127큐비트 IBM 양자컴퓨터, 연세대서 국내 첫 가동
-
10
'슈퍼컴퓨터 톱500' 한국 보유수 기준 8위, 성능 10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