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모듈·전력증폭기 10%도 안돼
한국이 연 7000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이동전화기 생산 기지’로 떠오른 가운데 아직도 신호처리용 고주파(RF) 부품 등 고부가 핵심부품의 국산화율은 20%에도 못미치고 완제품업체의 국산 제품 구입 기피 심리까지 겹쳐 부품업계가 단말기 특수에서 소외되고 있다.
특히 중국 변수 등장 이후 국내 부품업계가 고부가 핵심부품 개발을 통한 차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기술 낙후성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완제품업계의 외산 선호도 여전, 이대로 가다가는 최대 시장이자 전략 품목인 이동전화 단말기분야를 외국에 송두리째 내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국산화율 저조=표면탄성파(SAW) 필터, 전압제어발진기(VCO), 온도보상수정발진기(TCXO), 전력증폭기(PA)모듈 등 핵심제품 국산화율이 특히 처진다. 지난해 산자부가 발표한 이들 부품의 국산화율은 SAW필터 20%, VCO 30%, TCXO 2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고 PA모듈의 경우는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수치는 최근에도 거의 비슷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폭발적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단말기 시장과 달리 정작 부품업체들의 이 분야 매출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핵심부품을 국산화한 삼성전기(대표 이형도)는 MLCC 등 수동부품의 호조와는 달리 단말기쪽은 별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SAW필터와 PA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대표 김종수)도 시장확대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연간 500만대로 단일 최대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은 현대큐리텔(대표 송문섭)의 구매자는 “품목수로 보면 국산화 성과가 많지만 부품구매액으로 봤을 때 20%에도 못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배터리셀, 디스플레이 등도 수입에 의존하고 특히 전력증폭기, 수정부품 등은 10%도 안된다”고 말했다.
◇시장진입 어려운 벤처업체들=이동전화기용 부품사업에 의욕적으로 뛰어든 업체들도 시장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사는 7×5㎜ 크기의 TCXO를 개발하고도 소형화 추세에 따른 적용시기를 놓쳐 허사가 됐다. 현재 5×3.2㎜ 제품을 개발중인 또다른 K사의 C이사는 “도요콤, 긴세키, 교세라 등 일본 업체와의 경쟁이 치열해 시장개척이 쉽지 않다”며 “최근 엔화가치의 하락에 따른 가격경쟁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PA모듈을 개발한 Z사의 L사장은 “파운드리와 패키지, 테스트에 필요한 6억원 가량의 비용을 투자받지 못해 아직까지 상용화가 안됐다”며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는데다 소형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초조하다”고 토로했다.
◇단말기업체의 의지 필요=부품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업체들의 품질수준이 크게 뒤지지 않는데다 각종 샘플의 제공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고 입을 모은다. 관계자들은 연구인력의 절대적인 부족, 소규모 벤처의 자금확보 문제, 신뢰성 검증을 위한 리스크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무엇보다 단말기업체의 적극적인 국산화 대체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자부품연구원 이규복 박사는 “국내에는 고주파 관련 연구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기술력에서 앞선 일본 업체들의 현지화 움직임이 있는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이 현실”이라며 “국내 부품에 대한 신뢰성을 100%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에 단말기업체로서도 쉽게 대체할 수는 없지만 국내 기술력이 크게 발전한 만큼 신규 부품 도입의 리스크를 단말기업체가 나누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