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제자리 찾은 IMT2000

 IMT2000이 사라졌었다. 그러나 이젠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정보통신부가 지난 20일 오후 ‘IMT2000관련 정부입장’이란 자료를 통해 정부는 각 사업자들이 2003년 중 2㎓대역에서 IMT2000서비스를 개시할 수 있도록 점검해나갈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같은 정부의 자세는 IMT2000 정책적인 측면에서 커다란 가닥을 잡았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소 늦었지만 솔직하게 그간의 정책실책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아 나가려는 용기에 대해 격려를 보낸다.

 사실 IMT2000 논란은 정부의 애매모호한 자세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논란이 불거진 이후인 지난 7일 정통부 장관은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서 국회의원들의 통신시장에 대한 예측실패로 IMT2000서비스가 지연되고 이로 인해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는 지적에 “사업자들의 의사에 따라 서비스시기를 결정하겠다” “주파수가 부족하지 않은 상황에서 2㎓대역에 추가투자할 필요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식의 답변을 해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줬다.

 정부의 IMT2000 정책방향은 시행과정에서 거대화된 통신사업자들의 조직적인 반발에 부딪혔었다. KT와 SKT의 비동기 선택, 동기식사업자 선정과정에서의 우여곡절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의 통신서비스정책은 임기응변식이었고 결과적으로 사업자에 사업권을 내주자마자 2G-3G법인 합병 이야기가 나돌았으며 정부 또한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듯한 분위기조차 감지됐다. 사업자들의 주장과 그 속내를 면밀히 검토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했다. 통신사업자를 넘어선 정책이 아쉬웠던 대목이다.

 또 정통부가 너무 과거의 성과에 연연하는 바람에 이번 논란이 확산된 감도 없지 않다. 정부는 CDMA는 CDMA대로, 비동기는 비동기대로 육성발전시킬 전략이 필요했는데 CDMA에 대한 너무 큰 기대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비동기를 너무 평가절하한 것은 아닌지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어찌됐든 이같은 논란 속에 IMT2000 정책은 점차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지난 7일 국회 상임위에서 정통부는 2000년 IMT2000 허가행정이 정부의 통신시장 추이예측에 대한 오류에서 비롯됐다며 당시 정책을 뒤집는 듯했으나 정통부는 10여일이 지난 현재 IMT2000 정책의 원상복구를 시도하고 있다.

 사실 지난 2000년 7월 마련한 IMT2000 정책과 취지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20일 정부입장으로 발표한 정통부 자료는 과거 수립됐던 정책 취지를 재음미한 것으로 보인다. 2㎓대역의 IMT2000서비스가 원활히 도입될 수 있도록 정책적·제도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 대목이 특히 그렇다.

 정통부는 그간 IT기업에 좋은 평가를 받아왔고 우리 정부 부처 중 가장 역작을 내놓은 부처다. IT산업을 이만큼 성장시킨 일등공신이 정통부라는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정통부의 성공한 대표적인 정책으로는 국산 전전자교환기(TDX),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등을 꼽는다. 특히 CDMA는 PCS사업자의 성공을 바탕으로 내수시장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시키고 나아가 지난해 수출 100억달러라는 금자탑을 이루기까지 했다. 이들 모두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뤄진 모험이었고 그 모험은 성공으로 이어졌다.

 정통부가 다시한번 3세대 서비스에서 과거 CDMA 같은 모험을 할 것인지, 지난 2000년 내놓은 정책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인지 빨리 결정하고 추진하길 기대한다. 정책이나 사업목표는 변경될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그 이유를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사과한 뒤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면 된다.

 또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업자에 편중돼 있는 정통부의 정책이 균형잡히길 기대해 본다. 지금 IT산업은 네트워크 구축 다음단계로 넘어가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인프라를 담당하는 통신사업자도 물론 중요하지만 장비업체·벤처업체·콘텐츠업체·인터넷서비스업체 모두의 균형성장이 시급한 때다.

 <정복남부국장 겸 정보통신산업부장 bn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