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온라인 게임 ‘라그하임’ 개발사인 나코인터렉티브(대표 홍문철)가 최근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대표 허명석)와 PC방 활성화를 위한 공동합의문을 발표하고 ‘라그하임’을 파격적으로 싼 가격으로 전국 PC방에 공급키로 해 그 배경과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코는 이번 합의를 통해 PC문화협회 회원 PC방에 기존 유료 온라인 게임보다 최고 70% 가량 싼 가격으로 ‘라그하임’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리니지’ 등 일부 인기 온라인 게임이 주도해 온 PC방 과금체계가 저가 위주로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또 유료화를 앞두고 있는 신생 온라인 게임의 가격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저가정책 배경=나코는 ‘라그하임’을 기존 게임보다 최고 70%나 싸게 공급하는 이유에 대해 PC방의 채산성을 높이는 등 PC방 활성화를 꼽고 있다. PC방이 활기를 띠면 궁극적으로 유료 온라인 게임시장도 덩달아 빛을 볼 수 있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판단 이면에는 신생 온라인 게임시장 진입이 결코 녹녹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라그하임’의 경우 ‘포스트 리니지’를 겨냥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를 모은 작품인데도 저가정책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시장진입을 위한 하나의 ‘고육지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PC방은 ‘리니지’ ‘바람의 나라’ ‘포트리스’ ‘뮤’ 등 인기 온라인 게임을 5∼10여종씩 서비스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온라인 게임을 서비스할 여력이 거의 없는 상태다. 그동안 PC방 업주들은 온라인 게임이 속속 유료화하면서 PC방의 채산성이 악화될 대로 악화됐다며 게임 사용료를 낮춰달라고 볼멘소리를 내온 것도 사실이다.
나코는 이런 상황에서 기존 게임과 비슷한 가격으로 PC방 영업에 나설 경우 ‘선점 효과’를 갖고 있는 기존 게임과 경쟁이 안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전망=나코의 이번 저가정책은 기존 PC방 과금체계를 무너뜨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작품성이나 게임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게임을 파격적인 가격으로 공급함으로써 나코는 짧은 시간에 많은 PC방을 가맹점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비슷한 장르의 고가 게임은 PC방 업주들로부터 외면받거나 심지어 PC방에서 ‘퇴출’당하는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기존 유료게임 가운데 몇몇 게임은 PC방 공급가를 낮추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실제 IP 10개를 기준으로 ‘리니지’의 PC방 한달 공급가는 71만5000원이다. 반면 ‘라그하임’은 3분의 1수준에도 못미치는 22만원에 공급될 예정이다. ‘라그하임’ 유저들이 유료화 이후에도 지금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면 PC방 업주들이 비싼 기존 게임을 고수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업계는 ‘라그하임’ 유료화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게임으로는 최근 유료화를 단행한 ‘뮤’ 등 신생 게임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들 게임의 경우 아직 PC방 가맹점이 그리 많지 않은데다 게임의 작품성도 ‘라그하임’에 비해 크게 뛰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더불어 유료화를 앞둔 온라인 게임도 PC방 공급가를 저가로 재조정하지 않으면 시장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라그하임’과 경쟁관계에 있는 그라비티(대표 김학규)의 ‘라그나로크’는 선수를 빼앗겨 ‘라그하임’에 끌려 다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이번 조치로 PC방 업주들의 ‘입김’도 상대적으로 커질 전망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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