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을 위한 초당적인 지원에 따라 올해 미국의 연구개발 예산은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생명공학 분야에 국가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국립보건원(NIH) 전경.
올해 미국의 연구개발(R&D) 예산은 지난해보다 13.5%, 123억달러가 증가한 1037억달러로 사상 최초로 1000억달러시대에 진입했다. 이는 증가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일 뿐만 아니라 증가비율에 있어서도 지난 20여년 동안 최대폭이다.
미국의 어려운 국내외 여건을 감안하면 이 같은 증액은 미국이 과학기술에 대해 얼마나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올해 예산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연두교서에서 대부분 부처의 R&D 예산을 전년도 수준 또는 전년도보다 감소시킨 953억달러로 요구했다. 또 대통령 취임 이후 5개월 이상 대통령 과학고문(science adviser)을 지명하지 않음으로써 주요 국가 이슈가 과학계의 자문 없이 다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2002년 R&D 예산편성에도 과학계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게다가 경제 여건마저 불투명해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침체, 대통령 공약에 따른 대폭적인 세경감, 9·11 테러 등은 R&D 예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했다.
이 같은 어려운 여건에도 올해 R&D 예산이 사상 최대 규모로 증가하게 된 주요인으로는 9·11 테러사태 이후 증가된 국가안보 및 대테러 관련 R&D 수요의 증대와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계속 돼온 국립보건원(NIH: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의 예산배증 계획에 따른 증가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과학적 진보 없이는 연방정부의 기능인 국민의 건강복지 증진, 국가안보의 확보, 경제 번영 달성은 물론 환경문제 및 지역개발 등 사회문제 해결도 어렵다는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의회의 과학기술에 대한 초당적인 지원이 있었다. R&D 예산이 의회심의 과정에서 대폭적으로 증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의회는 클린턴 정부가 요구한 854억달러보다 무려 56억달러를 증액한 909억달러로 확정한 바 있다.
의회의 과학기술에 대한 초당적인 지원은 비단 예산증액뿐 아니라 주요 과학기술 이슈에 대한 관심과 진지한 토론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줄기세포에 대한 지원, 인간복제, 지구기후변화, 에너지, 환경규제, 전염병, 사이버테러, 선도기술사업(ATP:Advanced Tehnology Program)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는 의회청문회 장면이 전혀 생소하지 않은 모습으로 국민의 안방에 수시로 전달되고 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연방 주요 부처가 분산해 국가 R&D를 담당하는 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부·민간을 합한 총R&D투자액(2000년 현재)이 122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연방정부에서만 집행하는 예산이 1000억달러를 넘는 미국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체제일지도 모른다.
각 부처의 R&D 활동에 대한 효율적인 조정 집행의 필요성에 따라 지난 76년부터 백악관 직속으로 과학기술정책실(OSTP:Office of Science and Technology Policy)을 두어 연방정부의 주요 정책 및 계획에 대해 분석하고 판단·자문하는 역할을 담당케 하고 있다. 또 93년부터는 행정부 각료로 구성된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를 설치, 연방정부 전체에 걸친 과학기술정책을 조정해오고 있다. 또 각계의 민간 과학기술 전문가로 구성된 대통령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President`s Council of Advisors on Science and Technology)를 설치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편 오늘날 세계 각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과학기술과 경제·국가경쟁력 간 연계·강화를 위해 미국도 예외없이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0년 초 이래 연방자금으로 개발된 기술의 민간이전 촉진을 위한 입법추진, 시험연구비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 도입, 민간기업의 공동연구에 대한 독점금지법 적용 완화 등의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클린턴 정부 시절에는 국가 전반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반면 실패 가능성이 높아 개별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차세대 핵심기술 개발을 위해 민간이 추진하는 사업에 정부가 직접 연방연구비를 지원하는 ATP를 신설, 중점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ATP사업을 민간이 스스로 담당해야 할 영역으로 분류하고 예산을 삭감했으나 의회에서는 오히려 26.6% 증가한 1억5000만달러를 배정함으로써 계속 미국의 산업경쟁력 제고에 일익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상선 주미과학관 science_kore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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